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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May 10. 2022

비즈니스 책에서 찾은 공자님

The Ministry of Common Sense리뷰

고객 상담실/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우리는 모두 언젠가 한 번쯤 고객 상담실과 연락을 하던 중 짜증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영원히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심한 경우에는 고객 상담실의 전화번호가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일본의 한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는 나의 경우, 갑자기 집의 인터넷이 끊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고객 상담실에 연락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아무리 뒤져도, 연락처는 나올지 않았다. 홈페이지는 계속해서 나를 FAQ로 유도했다. 지친 나는 계약서에 있던 아무 연락처나 접어들어 전화를 걸었고 2번의 전화 끝에 드디어 연결할 수 있었다. 이 회사의 직원들과 고객 서비스 담당 부서는 이러한 고객의 경험을 알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마틴 린드스트롬(Martin Lindstrom)의 <상식의 부서: The Ministry of Common Sense>는 위의 경험들과 같은, 기업들의 비-상식의 원인과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다년간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브랜딩, 그리고 조직 변화 컨설팅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조직 내 상식이 결여된 현상을 분석하여 소개한다. 책이 소개하는 비즈니스 케이스들을 실제 기업의 사례들이기에 그 구체성과 현장감이 남다르다. 내가 경험했다 몇몇 회사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해결책 또한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만큼 상당히 구체적이다. 저자와 비슷한 산업에 있는 나로서는 매우 유용한 내용이었다. 

너무 복잡한 리모컨/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저자는 너무 복잡한 리모컨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리모컨의 버튼이 너무 복잡해서 어떻게 키고, 끄고, 볼륨을 조절하는지 알 수 없던 것이다. 나중에 우연히 해당 제조사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어, 그 리모컨의 개발 경위를 물어보니, 사내 다양한 부처들의 의견을 조정하다 하여 리모컨의 레이아웃을 결정했던 것이다. 사내 다양한 부서의 의견은 조정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고객의 시선은 결여되어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저자는 “상식의 결여”로 규정한다. 조직이 커지고, 사회관계가 다양화되면서 점점 타인에 대한 공감이 상실되고, 이는 상식의 결여로 이어진다. 공감의 상실에 따른 상식의 결여는 다양한 형태로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상식의 결여가 나타나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나쁜 고객 경험  


    사내정치로 인한 비효율  


    기술 만능주의로 인한 무조건적인 기술 도입  


    PPT 만능주의에 따른 시간 낭비   


    공식적, 비공식적 규칙들이 의한 조직의 마비   


과도한 컴플라이언스 강조에 의한 조직원들의 두려움  


 저자가 소개하는 현상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각각의 문제들은 모두 처음부터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내 규칙, 프로세스 등은 모두 그 시작에는 무언가의 의도를 갖고, 의미를 지닌 것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의 둘러싼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규칙들과 프로세스는 본래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오히려 방해하는 것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조직 내 존재하는 모든 규칙들과 프로세스가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본래의 의도와 맞지 않는 결과를 내는 것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들이 해결해야 되는 문제인 것이다. 

 또한 상식의 결여는 모두 비효율로 이어진다는 점이 또 다른 공통점이다. 상식이 결여된 상황은 추가적인 시간과 금전적 비용을 발생시키거나, 기업의 퍼포먼스 자체에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에도 큰 영향을 준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5가지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1) 변화의 필요성 인식시키기: 워크숍 등으로 조직원 및 관리직 등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2) 90일간 작은 Scope에서 변화를 실행: 비교적 비용과 영향이 적은 분야에서 변화를 실천하기.

3) 작은 성공도 확실히 보상할 것: 조직원들의 동기를 유지시키기 위해 

4) 변화의 유지와 관리직의 동기 관리: 변화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관리직을 집중적으로 관리 

5) 문화의 정착: 향후 변화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거버넌스 체계의 수립  


위와 같은 저자의 문제 분석과 해결책은 상당히 참신했다. 조직에 대해 내가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언어화한 느낌이었다. 특히 저자가 생각하는 "상식"의 근원이 논어에서 이야기하는 “서(恕)”의 개념과 유사했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사실 저자의 핵심 개념이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상식”은 상당히 취약한 개념이다. 무엇을 상식으로 정의할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 개인 A의 상식이 다른 개인 B나, 다른 집단 C에게는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상식에 근거하여 조직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측정 도구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상대방의 시선에서 현상을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고객 서비스 부서라면, 실제로 그 서비스를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 현재의 프로세스와 규칙을 판단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상식”은 찾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공감”을 이용하여 상황에 따라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과 시선을 헤아리는 것은 조금의 훈련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 이는 논어에서 공자가 이야기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공자는 인과 함께 서를 강조했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자공은 공자에게 “죽을 때까지 실천할 만한 한마디 말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서(恕)”라고 답하였다. 공자는 그리고 서(恕)를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상식의 판단 방법과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Ministry of Common Sense는 비즈니스 서적에서 공자의 개념을 발견할 수 있던 참신한 경험이었다. 이는 타인의 상황을 헤아리는 것이 시대와 맥락을 뛰어넘을 만큼 보편적이고 당연한 진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렇게 당연한 것의 상실로 인하여 많은 조직들이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 항상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 정보: The Ministry Of Common Sense: How to Eliminate Bureaucratic Red Tape, Bad Excuses, and Corporate BS, Martin Lindstorm, ‎ Mariner Books, 2021

한국어 번역본: 고장 난 회사들, 박세연 역, 어크로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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