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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Jul 17. 2022

취업 활동의 마무리

일본 취업준비(2/2)

2019년 참가했던 도쿄 커리어 포럼(CFN)/출처:https://www.wantedly.com/companies/hijapan/post_articles/173407


 우연히 준비하게 된 일본 취업이었지만, 기왕 준비하게 되었으니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 반과, 이번에는 꼭 내정을 받고 말겠다는 마음 반으로 취업 박람회에 가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응모하는 전형보다는 선고 과정도 짧고, 현장에서 면접만 통과하면 내정률도 높다는 이야기에 혹해 일단 박람회를 신청하고, 항공권을 끊었다. 그렇게 일본 취업의 2막이 올랐다.

CFN 참가 기업 137개 사 중 일부(2022년 기준)/CFN 홈페이지 스크린샷


 확실히 일본 현지에서 열리는 박람회는 보다 많은 기업들이 참여했다. 특히 평소 가고 싶었던 컨설팅이나 금융업계, 외국계 기업들의 참여가 많았다. 그중에서 지원하고 싶은 기업을 선정하는 것도 일이었다. 이미 공통 엔트리 시트와 영문 레주메를 바탕으로 서류통과를 하여 면접 약속이 있던 몇몇 기업들이 있었지만, 박람회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기업에 현장접수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박람회 전날 호텔에서는 어떤 기업에 지원할지 리스트와 부스 사이의 동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지원 기업과 업계에 대하여 급하게 공부를 하며 밤을 지새웠다.

박람회 당시 부스 사진


박람회 당일 나는 최대한 많은 부스를 방문하여 최대한 많은 회사와 업계에 지원을 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전날 찾아본 거의 모든 기업들에 영문 레주메와 공통 엔트리시트를 뿌렸다. 그리고 이미 서류를 통과한 곳은 약속된 시간에 맞추어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결과는 보통 몇 시간 안에 바로 나오기에, 그 남는 시간에는 현장접수를 하러 다녔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은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눈앞에서 내 옆에 있던 학생은 다음 전형단계로 가고, 나는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적도 있다. 온라인과 다르게 오프라인에서 이를 합격 불합격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였다. 박람회 이틀간은 취업 활동 시즌 중 가장 힘든 시기였다.

 박람회 둘째 날 오후 3시경, 박람회가 끝나기 2시간 전, 나에게 남은 것은 한 로컬 컨설팅 회사의 2차 면접 통과뿐이었다. 지망도가 높았던 글로벌 컨설팅 기업 2 곳을 비롯한 모든 기업에게서 일본식의 “귀하의 역량이 우수하지만”의 결과를 받았다. 초조해진 나는 폐막 2시간 전 혹시 내가 미처 찾지 못한, 지원하지 못한 기업들이 남아있나 박람회장을 계속 돌아다녔다. 그러나 이미 원하던 인재를 얻은 기업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기업 채용담당자들이 분주히 자신의 부스를 정리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원하는 인재가 아니었던 나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얻어낸 것은 한 일본 국내 컨설팅 회사 1군데 내정뿐이었다. 이틀간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에 비해 얻은 것은 적었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의 긴장감, 지망도가 높았던 기업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의 슬픔도 있었지만,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나의 불찰로 좋은 카드들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좀 더 업계와 직무를 좁혀서, 잘 조사를 해갔더라면, 면접 연습을 좀 더 잘했었더라면 같은 후회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로컬 컨설팅회사라는 점, 직원들 평점이 조금 낮고, 비자 관련 수속도 내가 직접 알아봐야 한다는 점이 걸리긴 했지만, 일단 내정을 받은 곳이 그곳뿐이었으니, 내정을 수락한다고 했다. 그렇게 2019년 일본에서의 여름이 끝났다.



 왜 실패했었는가 돌이켜 보면 박람회에서 내가 택했던 전략이 문제였다. 결국 면접을 보게 된 기업은 컨설팅 업계 2군데, 제조업 2군데, 종합상사 1군데, 부동산 개발회사 2군데였는데, 특정 업계와 직무만을 스나이핑 하기보다는 막연한 불안에 의해 마구잡이로 지원한 느낌이었다. 이는 결국 면접에서 약한 지원동기와 빈약한 업계 조사로 이어졌고, 2차 면접 이상을 통과하지 못했다. 특히 현장에서 접수하여 서류를 통과한 종합상사의 경우 이 단점이 부각되었다. 종합상사에 지원한 지원동기를 최대한 짜내어 이야기했지만, 면접 2시간 전 생각해낸 동기로는 면접관을 설득시킬 수 없었다. 결국 면접관의  “상사가 어떤 비즈니스 모델인가요?”라는 질문에서 그냥 무너졌다. 하루 전 나무위키와 인터넷에서 얼핏 본 정보로는 무리였다.



 가을이 되자  갑자기 선고 과정 중간에 연락이 없었던 한 글로벌 제조업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마 이미 뽑아 놓은 누군가가 다른 회사로 이직했기에, 급하게 연락이 온 것 같았다. 왜 2달간 연락이 없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우선은 한번 더 기회를 갖게 된 것에 감사하며 면접을 준비했다. 지금까지의 실패에서 배운 교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구체적으로는


확실한 지원동기 작성을 위한 정보수집: 업계 조사, 현직자 인터뷰, 면접 과정 중 역질문 시간

나의 “취업의 축” 명확히 하기: 업계와 기업을 고르는 취업의 축을 과거 경험과 일관성 있고 명확하게 하기

나의 취업의 축과 지원동기의 논리적인 연결: 내가 왜 이 업계의, 이 회사에 가야 하는지를 내가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가치관과 연결시키기

논리적으로 타당한 커리어 계획 세우기: 너무 구체적으로 입사 후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지원동기와 연결 지어 5년 10년 뒤 목표를 설정한 뒤, 그 목표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역산하여 커리어 계획 세우기

면접 연습: 직접 휴대폰으로 녹화하며 나의 표정이나 말투 확인

지난 면접들의 후기 복기: 내가 주로 과거에 어떤 실수를 했는지 확인

과거의 실수들 덕분이었을까 다행히 최종면접까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사회학 공부를 계속하는 진로와는 많이 멀어졌지만,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업계였기에 내정을 수락하고 수락서에 도장을 찍었다.

내정 수락서 및 기타 서류에 도장 찍은 날 갔던 아사쿠사의 한 술집. 일본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술맛이었다


 서류 작업 때문에 면접 합격 후 회사의 경비로 일본 본사에 갔는데 본사에서 나오는 순간 엄청난 안도감을 느꼈다. 19년 연초부터 준비한 취업활동이 드디어 약 10개월 만에 끝났다. 중간에 매우 좋은 기회들을 나의 준비 부족 때문에 놓쳐버린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다행히 원하던 기업들과 직무들 중 한 군데를 갈 수 있었다. 우연히 준비한 취업 활동치 고는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입사와 비자를 위한 서류 준비와 입국 준비만이 남아있었다. 19년 10월 당시,  다가올 코로나는 상상도 못 한 채 즐겁게 20년 3월까지의 계획을 세우며 입국 준비를 하나하나 하고 있었다. 


<취업 활동 전반에서 느낀 잘했던 점과 개선점>


#잘했던 점

1. 스터디의 활용

 취업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사실은 취업 활동에 있어 가장 잘했던 행동이었던 것 같다. 스터디를 통해 정보 교환, 모의면접, 자소서의 첨삭 등이 가능했던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취업활동 전반을 지탱해줄 커뮤니티, 그리고 이후 일본 생활에서도 도움이 되는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다양한 루트 도전

 단순히 한국에 오는 일본 기업들에만 지원한 것이 아니라, 외국인 대상 채용, 일본 현지 채용, 일본 현지 박람회 등 다양한 루트를 모두 활용했던 것은 유효한 전략이었다. 


3. 적극적인 피드백 수용 

 내가 제일 못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스터디원들과 일본인 친구들의 피드백을 모두 수용하여 면접과 자소서를 준비했었다. 


#개선점 

1. 부족한 실전 면접 연습

 비록, 스스로 면접 연습을 많이 하긴 했지만 실전 경험이 부족했었다. 지망도가 조금 낮더라도, 일단 지원하여 실전 면접의 경험을 쌓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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