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 소시민 Jul 09. 2022

우연히 시작한 일본 취업

일본 취업 준비(1/2)

 2018년 잠깐 교토에서 1학기 교환학생 생활을 한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일본에서 생활을 하게 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2018년 교토에서 학생으로서 살 때는 2년 뒤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 일본에 취업하게 된 것도 엄청난 우연이었기 때문이다.




 시작은 중학교 친구의 소개였다. 계속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해외 대학원 원서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오랜만에 친구의 연락이 왔다. 서울에서 일본 취업 스터디가 있는데 한번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대학원 진학에 대하여 내심 불안한 마음이 있었기에, 그리고 가서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하여 간다고 하였다. 그렇게 2019년 2월, 나의 일본 취업이 시작되었다.

명목 GDP 순위(위키피디아, 2022)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일본 경제와 일본 취업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조사를 하면서 일본 취업은 점점 나쁜 선택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예봉이 꺾이기는 했지만 일본 경제의 GDP는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며 탄탄한 산업구조(4차 산업혁명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를 갖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태평양 본부는 도쿄에 있다. 도쿄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다른 아시아 태평양의 거점들 혹은 아시아 태평양 이외의 지역으로 갈 수 있는 좋은 디딤돌이 된다. 일본 취업은 생각보다 많은 선택지를, 많은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지향의, 항상 많은 선택지를 원하는 나에게 일본 취업은 생각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엔트리 시트와 면접(Doda 사이트, 2022)


 매력적인 선택지인만큼, 이왕 참가하게 된 스터디에 보다 더 열심히 참여하기로 했다. 스터디원들과 함께 엔트 리스트(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첨삭해주었다. 모의 면접과 그룹 면접을 연습하기도 했다. 아직 일본어 스피킹과 라이팅이 완벽하지 않은 나에게, 처음 1~2달은 매우 힘든 시간이었다. 과연 이 상태에서 일본에 취업을 해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중학교 친구를 비롯해 많은 스터디원들이 도움을 줘서 안정적으로 취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들이 자기소개서나 면접 답변에 대하여 준 피드백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 커뮤니티의 존재와 같이 일본 취업을 준비한다는 옅은 소속감이 오히려 더 큰 도움을 줬던 것 같다.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할 때, 면접이나 서류 전형에서 안 좋은 결과가 있을 때 이들이 있었기에 털고 일어나서 다시 다른 회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이들과 같이 조금씩 조금씩 자기소개서와 면접 내용을 다듬어나갔다.

스터디원들과 했던 보다 구체적인 취업준비활동은 다음과 같다.



각자 관심 있는 회사와 업계의 조사 및 발표

엔트리시트 작성을 위한 모티베이션 그래프* 그리기

엔트리시트 내용에 대한 상호 피드백

면접 때 사용할 에피소드 정리

모의 면접(1:1, 그룹) 진행

취업활동에 큰 도움을 준 일본 유튜브 채널 갈무리 https://www.youtube.com/watch?v=aup3jee9Nxk


 이렇게 자소서와 면접을 준비하면서 당시 일본이 “왜”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느꼈다. 면접과 자소서에서 공통적으로 그 행동과 경험을 한 이유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유를 한번 물어본 것이 아니다. 이유의 이유까지 파고들어야 했다. 예를 들어 NGO 활동에 참가했다는 이야기를 면접에서 한다면, 왜 활동에 참가했는지를 묻고, 거기에 만약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붙인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또 이유를 물어봤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업활동 준비의 대부분은 면접과 자소서에 쓴 행동들과 경험들의 이유를 찾는 것이 되었다. 각 이유들을 논리적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연습하는 한편,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행동과 경험의 동기와 이유를 서로 찾아주었다. 각자 행동의 동기와 이유를 알아가는 과정은 취업을 위해서도 중요했지만, 나 자신을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했다. 그러다 보니 취업을 위한 모임이었지만, 서로 과거의 경험을 말하고, 경험들의 동기를 서로 찾아가는 과정은 약간 집단 심리 치료 같은 느낌 이도 했다.  

 여름이 되자 스터디원들 중 빠른 친구들은 벌써 합격소식이 들려왔다. 일본은 매년 4월, 10월 정기 채용이 대다수인데, 보통 4월 입사자들 전년도 5~7월에 뽑기 때문이다. 스터디원들의 합격소식을 들을 때 기쁜 한편, 아직 1사도 내정을 받지 못했던 나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조금씩 기회의 창이 좁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스터디원의 추천으로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한 제조업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다행히 서류와 그룹 면접을 모두 통과했는데, 중간에 갑자기 연락이 오지 않게 되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Silencing, Ghosting을 당한 것이다. 아마 나보다 조금 더 매력적인 지원자가 있었고, 내 점수가 애매하여 전형을 진행하였지만, 역시 다른 지원자가 회사와 직무에 조금 더 적합했던 것이다. 이를 머리로는 알았지만, 1~2주일간은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었는지, 계속 고민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면접 직후 After Action Report를 작성하게 되었고, 이는 결국 면접과 나중에 이직에서도 큰 도움을 주는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6월 말까지 내정을 받지 못한 나는 점점 더 초조해졌다. 역시 다시 대학원의 길을 가야 하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괜히 내 적성에 맞지 않는 길을 시도해 본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쏟아온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일본이라는 매력적인 시장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 운을 시험하기 위하여 같은 취업 스터디원들과 함께 일본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석하고, 현지에서 취업활동을 하기 위해 7월부터 8월까지 1달간 일본에 가게 되었다.  



<취업 준비 상반기 때 알았다면 좋았던 것들>


취업 준비를  때는 몰랐지만, 돌이생각했을  다음 사실들을 알거나, 활용했다면   빠르게 합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비록 경험에서 배웠지만, 혹시  글을 읽는 독자들  일본 취업에 관심이 있거나, 현재 취업활동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음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유튜브의 활용

-위에 올린 유튜브 외에도 생각보다 일본인들이 만든 면접, 엔트리시트 관련 유튜브가 많다. 유튜브를 보면서 면접을 연습하고, 정보를 취득했다면, 좀 더 빠르게 취업에 성공했을 것 같다.

다음은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던 채널들이다.

https://www.youtube.com/c/Utsu3

https://www.youtube.com/channel/UCdo3Z5oFt04IDMjpjaXN5hw

2. 면접 후기(After Action Report)

면접이 끝나자마자 바로 면접 때의 질문들, 나의 답변들을 복기하며, 무엇이 약했고, 어떤 것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지 "글로" 남겨야 한다. 굳이 글로 남기는 이유는, 생각을 글로 옮기면서 보다 구조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 남기지 않는다면 다음 면접을 준비할 때 활용할 수가 없다.


3. 지원동기의 중요성

 상반기 떨어졌던 면접들의 공통점은 모두 낮은 지원동기였다. 자기 PR이나 장점, 나의 에피소드에 신경을 쓰다 보니, 지원동기를 조금 등한시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탄탄한 지원동기는 매우 중요했다. 왜 굳이 이 업계, 왜 굳이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지, 지원동기를 잘 생각했어야 했다.


4. 자소서는 면접의 설계서

 상반기 취업활동을 할 때 잘못 생각했던 또 한 가지는 자소서와 면접을 따로 준비했던 것이다. 일단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 자소서를 만들고, 면접 준비는 따로 했다. 그러나 면접은 기본적으로 자소서 내용대로 진행되었다. 자소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면접이 진행되기 때문에, 면접에서 어필하고 싶은 포인트들을 생각하며 자소서를 써야 한다. 자소서를 쓰면서 면접을 설계하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