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회사원이 본 2025년 일본 사회
2025년은 나의 커리어뿐만 아니라 일본이라는 사회 전체에도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 한 해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직을 통해 새로운 산업군에서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였다. 거시적으로는 일본의 총리가 바뀌었고,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제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직장인의 시선으로 느낀 2025년의 거대한 변화를 정치, 사회, 경제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다카이치 정권: ‘여자 아베’가 연 첫 여성 총리 시대
2025년 10월, 일본 정치사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했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제104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취임하며 일본 역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온건 보수를 표방했던 이시바 내각의 뒤를 이은 다카이치 정권의 출범은 단순한 성별의 변화를 넘어 일본의 우경화와 보수 회귀를 상징한다.
아베노믹스의 계승: '정치적 스승'인 아베 신조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다카이치 총리는 강력한 경기 부양과 확장 재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으나, 동시에 국가 부채와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강한 일본, 강한 국방: 안보 측면에서의 강경한 보수 성향은 일본 사회 내 ‘강한 나라’를 열망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일본에서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이러한 국가주의적 분위기의 강화는 묘한 긴장감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2. 외국인 문제: ‘공생’과 ‘규칙’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노동력 부족이라는 절박한 현실 속에서 일본 정부는 외국인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통제와 규제를 강화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외국인 문제라는 이슈 하나로 극우 정당인 참정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돌풍을 거뒀으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정도였다. 2025년 한 해 동안 일본 사회가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복잡해졌다.
육성취업(育成就労) 제도의 논의: 기존의 기능실습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기능실습제와 다르게 '인력 양성'과 '이직 허용'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이 붙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목소리가 높았다.
엄격해진 재류 관리: 다카이치 총리는 "규칙을 지키지 않는 행위에는 엄격히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다. 세금 미납이나 사회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영주권 취소 검토 등은 일본 내 외국인 커뮤니티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수용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질서 있는 공생'이라는 명목하에 외국인의 의무 이행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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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2025년은 '엔저의 고착화'가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은 해였다. 1달러당 150~160엔대를 오가는 상황은 더 이상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게 되었다.
증시의 환호: 역설적으로 기록적인 엔저는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을 견인했고, 닛케이 평균주가는 5만 엔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학개미'라 불리는 한국인 투자자들을 포함해 글로벌 자금이 도쿄 증시로 몰려들었다.
직장인의 고충: 하지만 현지에서 월급을 받는 외국인 직장인의 삶은 사뭇 달랐다. 주가는 올랐지만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가파르게 진행되었다. 2020년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도쿄 중심부에서도 1000엔 이하의 점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기본 1200엔이다. 집 앞의 돈가스집의 가격도 어느새 850엔에서 950엔, 1000엔으로 올라갔다. 엔화의 가치가 낮아지면서 한국으로 송금하거나 해외여행을 가기가 심리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워졌다. 자조적으로 이제 동남아시아 밖에 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본 정부의 금리 인상(연 0.75% 수준)에도 불구하고 미일 금리 차와 확장 재정 정책 탓에 엔데믹(Yen-demic)이라 불릴 만큼 낮은 엔화 가치는 지속되었다.
2025년의 일본은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은 상징적이었고, 만성화된 엔저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으며, 외국인 정책은 더욱 정교해졌다.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나 또한 이직이라는 결단을 내렸고, 이제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며 2026년을 맞이하려 한다. 일본이라는 사회가 보여준 이 역동성이 훗날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도쿄의 한복판에서 계속 기록해 나갈 예정이다. 다음은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2025년을 정리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