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회사원의 2025년
지난 글에서는 일본 사회의 2025년을 돌아봤다.
https://brunch.co.kr/@georgelee0829/78
이번 글에서는 나의 개인적인 2025년을 복기해 보았다. 일본 사회와 마찬가지로 2025년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변화'였다. 일본 사회가 격동하는 흐름 속에서 나의 개인적인 삶 역시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했다. 가장 선명한 변화는 직장의 전환이었다. 하는 일의 성격부터 만나는 고객층까지 모든 것이 바뀌었다. 새로운 환경에 안착하며 커리어적인 만족도는 높아졌으나,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나를 지탱하던 일상의 루틴들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요동친 한 해였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듯, 2025년은 나의 두 번째 이직이 이루어진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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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몇 달은 마치 낯선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았다. 새로운 업계의 생태계, 복잡한 프로덕트, 그리고 고객들의 비즈니스 플로우를 체득하는 데 적지 않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다행히 컨설팅 펌에서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를 마주하던 경험이 근육이 되어주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니 낯섦은 이내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3개월의 인수인계 기간이 끝날 무렵 업무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직 후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업무의 성격과 고객군이다.
업무 성격의 변화: 과거 컨설팅 펌에서는 업무 개선이나 툴 도입처럼 '끝이 정해진 프로젝트'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시스템의 운용과 보수라는 지속적인 관점에 집중한다. 마침표를 찍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곁에서 끊임없이 서포트하는 '긴 호흡'의 업무로 변모했다.
고객층의 변화: 제조업, 물류, 도소매 등 일반 사업 회사가 주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좀 더 높은 책임감과 낮은 리스크를 요구하는 금융기관들을 상대한다.
글로벌 협업: 해외 지사와 긴밀히 소통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어 일한다는 감각은 업무적 만족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입사 1년이 지난 지금, 다행히 첫 번째 인사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제는 단순히 적응하는 단계를 넘어, 이 조직 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릴 시점이 되었다.
직장인으로서 성장을 거두었으나, 인간 '나'의 일상은 다소 후퇴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명분은 강력한 방어기제가 되어, 내가 소중히 여기던 습관들을 하나둘 무너뜨렸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건강이었다. 주 3~4회 철칙처럼 지키던 운동은 주 2회로 줄어들더니, 여름 이후로는 월 1~2회 겨우 헬스장에 발을 들이는 수준이 되었다. 자기 계발 또한 멈춰 섰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제3외국어인 독일어 공부는 책장에 먼지가 쌓였고, 통계와 데이터 사이언스를 배우던 방송통신대학교는 휴학을 선택했다. 매일 밤 나를 정리하던 일기장마저 3월 이후 멈춰버렸다.
나를 지탱하던 루틴들이 사라지자, 성취감 뒤에 공허함이 슬그머니 자리 잡았다. 커리어의 외연은 확장되었으나, 내면의 밀도는 오히려 조금 낮아진 한 해였다.
2025년은 변화라는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쓴 시간이었다. 그 파도를 무사히 넘겨 새로운 땅에 착륙했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나만의 속도'를 되찾아야 함을 느낀다.
2026년의 목표는 명확하다. 새 조직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무너진 루틴의 기둥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운동화 끈을 다시 묶고, 멈춰있던 공부와 기록을 재개하려 한다. 2025년의 반성이 단순한 후회로 남지 않도록, 그 공백을 더 단단한 습관으로 채워나가는 알찬 2026년을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