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구청과 문화재단에 전달할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것 말고는 급히 처리할 일이 없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프로젝트 마감주. (급한 업무가 없었다는 거지 루틴업무들은 늘...)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하며 아이디어를 걸레짜듯 쥐어짜내 바짝 마른 좌뇌와, 장거리 통근에 온 영혼을 바쳐 늘어질 대로 늘어진 우뇌가 "나는 이제 제 기능이 불가하니 아무 것도 하지 마라"며 작업 틈틈이 돌아가며 시위를 해댔다.
반칠십이 된 이후로는 부쩍 몸의 소리를 잘 듣는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예약해뒀던 강연과 여러 프로그램들, 그리고 선약이 마침 이번주에 몰려있다. 잘 됐다. 이런 시기에 엉덩이 붙이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다 한들 새 기획은나오지 않는다. 절대.
이번주는 매우 운이 좋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벤트가 적절히 분포되었다.
각 이벤트 별로 등장하는 인물의 존칭, 사건에 대한 긴 감상은 생략하고 귀동냥의 흔적을 짤막하게 메모와 단상으로 남겨본다.
(1) 월 : 사유, 연대의 밤 in 영등포
강북삼성병원 심리학과 조성준 교수 강의와 뮤지션 하림의 공연.
다음은 조성준 교수 강의 중 일부
조성준 교수
정신의학에서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요소(??)를 크게 네 가지로 본다. 사건, 생각, 감정, 행동. 인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Doing mode '행동 양식'에 초점을 맞춰 살아간다. 뭔가 해야 한다는 끊임없는 강박에 휩싸여 있다. (나야 나) 늘 사건을 만든다. 그렇지 않으면 죄책감까지 갖는다.
반면 서구권은 Being mode '존재 양식'에 초점을 둔다. 즉 '개인', '나'가 생각의 중심에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독일에서 내가 제일 칸트같았음. 유럽 친구들은 자기가 소중한 나머지 타인과의 시간 약속을 잘 안 지켜.. )
Catastrophe 대재앙. 이건 왜 써놨지? 영단어 외우려고?
뮤지션 하림
하림에 의하면 언어는 약 10만 년 전, 음악은 약 3만 년 전부터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초의 악기는 피리. 현재의 형태와 매우 유사)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은 음악을 발명했다.
어느 순간부터 음반, 음원 활동에 가치를 못느꼈다. 정치권에 편승하며 자취를 감춘 방송 선배들을 보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생각하다 자조적 웃음을 짓기도. 누군가의 제안으로 외국의 아이들, 국내의 노동자들에게 공연을 하기 시작. 처음엔 고사했으나 나중엔 차도 잘 가지 못하는 고립무원같은 곳에서도 기꺼이 노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
"노래는 매일 불러야 하는, 나에게는 지긋지긋한 일이지만 이들에겐 '처음 듣는 경험'이겠구나." 평소 음악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다니며 깨달은 바. 이후 매너리즘을 앞세우기보다 찾아주는 곳이 있으면 꼭 가려고 함!
음원은 없다. Copyright by 하림
공연할 때만 부른다는 히든 트랙.
관객들과 다같이 부르며
엄마 생각도 나고 조금 뭉클해졌다.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숨 죽은 이불에 새 솜털을 채운 것 마냥
보송보송하고 포근포근한 기분이
공연 이후, 잠들기 직전까지 가시지 않았던 것 같다.
알고있는 하림의 작품 중 가수 박정현의 '몽중인', 'You mean everything to me' 들으면서 귀가. 내게는 그의 작업물 중 가장 접점이 높다. 초등학생 시절 추억과 함께 가을이 완연히 피부로 와닿는 듯했다.
(2) 목 낮 : 특별한 데이트 in 서울숲
데헷
작년 회사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 뭔가 처음부터 느낌이 왔다. "나와 (일부) 결이 같으시다." 사회성은 있지만 사교성은 없는 내가 프로젝트 진행하면서도 제법 살갑게 다가가 많은 대화를 나눈 유일무이한 쌤
대화가 술술 잘 통하니 언제 연락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늘 반가운 쌤!!! 그 사이 한 번 더 다른 프로그램으로 우리와 함께 해주시고 또 틈틈이 식사하며 뵙긴 했지만 금세 숫기를 잃곤 하는 부끄러움이 많은 내게 늘 적절한 팩폭과 즐거움을 나눠주시는, 너무나 친근하고 든든하고 멋진 분이다.
약 2시간 정도 뵙고 헤어질 계획이었는데 서울숲의 공기에 매료돼 6시간 내리 토크를. 이 정도 얘기하면 싫증을 내거나 엎드려야 하는데 마스카라가 번져 다크서클을 만들며 피곤한 비주얼을 보였을 뿐, 점점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현상이 발현됐다.
잘 맞는 불과 물. 추진력이 부족한 내게 가진 자질들을 어떻게 써야할지 조언도 해주셨다. 조언을 받들어, 시간이 더 흐르기 전 이렇게 부족하게나마 감흥을 남겨본다.
여러 강연과 북토크로 활발히 독자와 작가 지망생들을 만나는 사이 최근 신간 #출근하기싫은날엔카프카를읽는다 까지 발표하신 멋진 작가님! 눈코뜰새없이 바쁘신 만큼 곧 인문학도서에 반향을 불러일으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장 입학할 생각도 없는데 웬 뜬금포람? 싶지만 가길 너무 잘했다. 링크드인에서 우연히 보고 신청해 참석했는데 평소의 환경에서는 보기 어려운, 다른 분야의 열정맨들을 한자리에서 마주하니 적절한 긴장감과 함께 현실감이 깨어났다.
부총장이 언급한 양수겸장. 두 손으로 여러 일을 한다는 뜻. 20대에 들었으면 흘려들었을 테지만 여러 인풋을 쌓고 어떤 아웃풋을 내야 할지 어렴풋이 알겠는 지금 내게 필요한 태도다. 겁은 거두고 계속 뭔가 내보여야 할 때.
장학금 이벤트를 진행 중이어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300만 원 지원이 되지만 그래도 등록금을 내기는 턱없이 부족한 현재. 대신 말로만 듣던 MBA의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 좋았고 아주 먼 나라 이야기만도 아니구나 싶었다. 토익스피킹 점수는 주기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그 행위를 앞으로도 멈추지 말아야지 싶다. 쓸 데가 많다.
비교적 합리적 학비(1학기 1천만 원 내외), 금토에 집중된 수업 스케줄 등 현실적으로 괜찮은 조건이라 차후 경영에 눈을 뜨고 싶을 때 다시금 알아볼만 하다.
눈을 뜰지가 의문.
(4) 금 : 폴인세미나in 영등포
지누'션', 이슬아 작가, LG전자, 파타고니아 레츠고
션
2008년 10월 8일 결혼. 부인 정혜영에게 하루 1만 원씩 4년을 모아보자 제안했다. 실천했다.총 1,461만 원이 모였다. (윤달 포함)
"1,461만 원 한번에 기부할까" 라고 말했다면? 결혼 생활 깨졌을 수도.
장애아동 은총이를 휠체어에 태워 기부 마라톤을 했다. 좀 더 큰 도움을 줄 순 없을까. 어린이전문재활병원을 지으면 어떨까. 그런 마음을 1만 개만 모아보자. 생각했다.
그런데 어린이재활병원 예산은 320억, 다 모아 갔더니 자재가 올라 480억이 필요하다더라.
2013, 2014년 각각 1년에 만키로 뛰겠다. 다짐했다. (자전거 라이딩 합산) 계속 뛰었다. 대신 매일 일정 거리를 나눠서.
"너무 크게 보면 앞으로 못나가요"
많은 사람이 각각 작은 것 하나.작은 하나를 실천해 간다면 가능하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설득할 땐 말이 아니라 내 삶을 보여주면 된다. 처음에 뜻을 모아준 사람들도 "병원은 못 세우더라도 션 너니까 좋은 곳에 쓰겠지" 라며 기부해준 것.
여러 사람이 기부런에 동참하고 건립의 꿈이 현실이 됐다. "정말 세웠구나." 션을 아는 사람들의 그에 대한 믿음이 더 확고해짐.
(실물 후기 : 아우라가 다르다. 단순히 피지컬에서 느끼는 그런 게 아님. 눈빛, 뱉는 단어 모두 흔들림이 일절 없음. 신뢰, 혹은 숭고함이 인간으로 태어난 느낌. 탄탄함. 공격력없는 총알탄같음.)
이슬아 작가
과거 작가에게 오는 인세 10프로가 너무 적어, 직접 출판사를 열었음.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소, 서점... 많은 이들이 책을 함께 만드는 것을 몸소 겪어보고나니, 인세 10프로가 적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음.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만 독자의 손에 내 글이 (겨우) 들려진다.
그래서 지금은 오직 다른 출판사하고만 일한다.(웃음)
이슬아의 파트너 이훤 작가. <가녀장의 시대> 영어 번역 중. 이슬아 작가는 사실 그의 수많은 작업, 작품 중 설거지 솜씨를 가장 좋아한다고
.
현재 비건지향인.
비건은 완벽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축산 농가의 돼지. (과거 파주 살 때) 동네 근처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특정 전염병에 의한 살처분. 충격.
기후 위기 시대에 필요한 네 가지
기후 의제, 기후 유권자, 기후 정치인 그리고 기업의 좋은 행보
글쓰기수업할 때 1020 연령대 대상으로 하는데 그들에게 생애, 미래없음에 대한 불안이 넓게 깔려있다.
프랑스 서적<기후 걱정에 잠못드는 이들에게> 아직 우리에겐 없는 기후 관념어들을 엿볼 수 있다. 생태 불안, 생태 우울, 지구통, 지구걱정인, 생태주의자, 탄소 허리띠, 동물의 수를 말할 때 '마리' 대신 '명'을 쓰는 등.
(번외 : 션과 함께 한 Q&A에서 경외로운 눈빛으로 션을 바라보며 여러 질문을 하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귀엽고 당당하고 멋있었다. 이슬아 작가가 프리스타일을 어떻게 갖추게 됐냐고 질문하니 션은 "힙합음악을 계속 들었어요. 형을 통해서 접하고 계속 빠져들었어요" 라고 하였는데 그때 극N과 극S의 간극이 보이고 말았다. 어디서도 만나기 힘든 흥미로운 조합이었다.)
이향은 상무
LG전자 H&A사업본부 CX담당 이향은 상무
(대과거) 품양
(과거) 품질
(현재) 품격의 시대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 분석
기업 전략 수립의 중점으로 부상.
CX는 신뢰와 몰입을 거쳐 고객에게 충성
엘지의 핵심가치
"Better Life for ALL"
스타트업에 비해 POC(Proof Of Concept)를 실천하기 어려운 대기업. 그럼에도 마이컵 프로젝트를 디벨롭해가며 여러 시도를 함.
한 현상이 세 번 이상 반복되면 패턴. 세 가지 산업에서 동일한 가치 현상이 나타나면 트렌드.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이 텀블러 사용 비중이 점차 커지는 것을 봄.거기서 텀블러 세척기, 마이컵 아이디어가 시작됨.
진정성없이는 esg는 아예 안된다. 그린워싱 (친환경 하는 척) 고객이 다 안다.
똑똑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가치에 집중.
(단상 : 발표하는 발성, 자세, 어조, 시선처리 등 발표의 정석 그자체. 너무 닮고 싶은 카리스마)
파타고니아 김광현 헤드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취나드 (올해 87세)의 말 "지구가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지주이다"
파타고니아, 창업자는 있지만 지분이 없는 회사.
모든 옷은 30년 이상 입을 수 있다.
다만 30년 후에도 그.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야 리셀링도 가능.
직원의 행복에 대해 많은 고민 하지만...
창업자 이본 취나드가 신신당부하는 것
"우리(파타고니아)가 망하면 안된다. 우리가 망하면 선례로 남아 이런 비전을 가진 다른 기업들이 힘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