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연.
수디. 안녕하세요.
첫 번째 사연이네요. 오늘은 참 힘들었습니다. 사실... 오늘만 힘들었던 건 아니에요. 어제도 힘들었지요. 내일은 덜 힘들었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요.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수디. 전 힘들 때면, 이 노래를 들어요. 오늘도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
이 노래는 라이브 앨범에 있는 것으로 들어야 해요.
마지막... 그가 나에게 하는 말이 있거든요. 사실... 이 말을 듣고 싶어서 노래를 들어요.
"더 이상 버틸힘이 없고, 일어설 힘이 없고, 세상이 다 끝났다고 생각 들 때 저는 항상 거울을 보거든요. 여러분도 거울을 보면, 여러분 스스로를 믿는 단 한 사람. 마지막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여러분 자기 자신. 끝까지 여러분 자신을 믿으세요. 고맙습니다."
아! 중간에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할 때는 울컥도 합니다.
그 말. 많은 사람과 함께 듣고 싶습니다. 틀어주세요.
아! 그리고 수디가 사연을 보낼 때, 꼭 장소도 함께 보내달라고 했죠?
전 신해철. 마왕이 참 고마워요. 그래서 마왕을 있게 한 그곳이 참 고맙고요.
신해철이 신해철로 탄생한 곳.
그곳은 아무래도. 그가 보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일 때,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찾아가서 친구들과 함께 '각시탈'이 되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 던 곳.
길음동에 있던 아주 낡고 허름한 2층 목조건물 구석방. 그곳 같습니다. (참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가 그룹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자신도 하겠다고 따라갔던 그 연습실.
전자기타를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자유롭게 칠 수 있을까만 생각하던 그곳. 더 잘 치고 싶어서, 한수 배우겠다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살았던 그곳.입니다.
상상만 해도, 퀴퀴한 공기, 시끄러운 기타 소리, 깔깔깔 거리는 학생들 웃음 소리, 땀에 젖은 옷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곳이 지금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곳이 참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마왕. 그리고 길음동.
덧. 그곳 근처. 북서울 꿈의 숲(드림랜드)에 신해철 기념 벤치가 있어요. 쉬고 싶네요.
신해철.1991. <나에게 쓰는 편지>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는 나를 안아 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 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 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 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계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 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 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 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 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