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해숲 Dec 02. 2021

나에게 쓰는 편지. 그리고 길음동 구석방.

첫 번째 사연.

수디. 안녕하세요. 

첫 번째 사연이네요. 오늘은 참 힘들었습니다. 사실... 오늘만 힘들었던 건 아니에요. 어제도 힘들었지요. 내일은 덜 힘들었으면 좋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요. 빨리 그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수디. 전 힘들 때면, 이 노래를 들어요. 오늘도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신해철의 <나에게 쓰는 편지>. 

이 노래는 라이브 앨범에 있는 것으로 들어야 해요. 


마지막... 그가 나에게 하는 말이 있거든요. 사실... 이 말을 듣고 싶어서 노래를 들어요. 

"더 이상 버틸힘이 없고, 일어설 힘이 없고, 세상이 다 끝났다고 생각 들 때 저는 항상 거울을 보거든요. 여러분도 거울을 보면, 여러분 스스로를 믿는 단 한 사람. 마지막 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여러분 자기 자신. 끝까지 여러분 자신을 믿으세요. 고맙습니다."


아! 중간에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할 때는 울컥도 합니다. 


그 말. 많은 사람과 함께 듣고 싶습니다. 틀어주세요. 

https://youtu.be/kpbfJoV6Gbw


아! 그리고 수디가 사연을 보낼 때, 꼭 장소도 함께 보내달라고 했죠?

전 신해철. 마왕이 참 고마워요. 그래서 마왕을 있게 한 그곳이 참 고맙고요. 


신해철이 신해철로 탄생한 곳. 

그곳은 아무래도. 그가 보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일 때,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찾아가서 친구들과 함께 '각시탈'이 되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 던 곳. 

길음동에 있던 아주 낡고 허름한 2층 목조건물 구석방. 그곳 같습니다. (참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가 그룹 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자신도 하겠다고 따라갔던 그 연습실. 

전자기타를 어떻게 하면 멋있게, 자유롭게 칠 수 있을까만 생각하던 그곳. 더 잘 치고 싶어서, 한수 배우겠다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살았던 그곳.입니다. 

상상만 해도, 퀴퀴한 공기, 시끄러운 기타 소리, 깔깔깔 거리는 학생들 웃음 소리, 땀에 젖은 옷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곳이 지금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곳이 참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마왕. 그리고 길음동. 


덧. 그곳 근처. 북서울 꿈의 숲(드림랜드)에 신해철 기념 벤치가 있어요. 쉬고 싶네요.



신해철.1991. <나에게 쓰는 편지> 


난 잃어버린 나를 만나고 싶어

모두 잠든 후에 나에게 편지를 쓰네

내 마음 깊이 초라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는 나를 안아 주고 싶어


난 약해질 때마다 나에게 말을 하지

넌 아직도 너의 길을 두려워하고 있니

나의 대답은 이젠 아냐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 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 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 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계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 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때로는 내 마음을 남에겐 감춰왔지

난 슬플 땐 그냥 맘껏 소리 내 울고 싶어

나는 조금도 강하지 않아


언제부턴가 세상은 점점 빨리 변해만 가네

나의 마음도 조급 해지지만 

우리가 찾는 소중함 들은 항상 변하지 않아

가까운 곳에서 우릴 기다릴 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