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느새 추워지더니, 벌써 12월이네요. 춥습니다. 매년 이렇게 추운 겨울이면, 봄은 올까? 생각이 들어요. 종종 안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요.
또 오늘 하루가 지나갑니다. 멀어져 갑니다.
서른이 되었을 때 생각납니다. 나이에 니은이 붙는 날이요. 전 세상이 확! 변하는 줄 알았어요. 저도 뭔가 크게 변할 줄 알았어요. 기대보다는 무서웠고, 두려웠습니다.
후배들이 놀리면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그런데...
전 스물아홉과 서른이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그냥 그렇구나. 별 차이 없구나.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구나.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런데 서른한 살이 된 그해 1월. 많이 힘들었습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가 온몸 곳곳에 들어왔고, 가만히 있으면 눈물이 났어요.
그때 만났던, 김광석 인생 이야기 앨범의 <이야기 하나>.
이야기 속 후배가 되어 한숨을 쉬며 끄덕거리다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김광석 앞에서 아니라고! 난. 일정 부분 포기하고! 일정 부분 인정하고...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고. 20대처럼 계속 일을 벌이고, 깨지고, 상처 입고, 아파하며 살 거라고. 술 취한 듯. 소리도 질렀습니다.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그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지요.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알아요. 그렇게 제가 이 노래를 들은 건... 그때 많이 아팠고, 그래서 포기하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었다는 걸요. 아파하며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요. 다만... 스스로 아프지 않다고 믿고 싶었다는 걸요.
술에 취했으면서, 취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것이 마치 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 이후로 벌써 십 년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이 노래, 이 이야기를 듣습니다.
더 이상 그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아요.
다만 종종 생각합니다. 그가 느낀 마흔은 어떨까? 그가 마흔 즈음에 후배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까? 학전 소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상상하면... 아마... 도...
"정신없으시죠? 힘드시죠? 여유가 없다고요? 이곳도 겨우 왔다고요? 아이고... 혹시 10년 전에 제가 말한 '재밋거리'는 좀 찾았어요? 아... 찾지 못했다고요. 사실 저도 그래요. 이제... 용기 내고, 내려놓으려고요. 내려놓으면 재밋거리가 스스로 오지 않을까 싶어요.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