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이 고향이신 아부지는 엄청난 롯데팬이셨습니다.
아부지는 롯데가 이기면 붕어빵이든 뭐든 먹을 것을 사들고 오셨고, 지면 늘 술에 취해 들어오셨죠.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아부지가 사오는 맛난 음식을 기대하면서, 잘 알지도 모르는 롯데를 응원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그때의 아버지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느끼는 건.
힘든 서울살이 속에서 아부지를 웃음 짓게 하고, 하루를 이겨내도록 하는 힘이 롯데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롯데가 이기면, 야구의 야자도 모르면서 롯데 이겼다고 좋아하는 아들 녀석, 그것을 보며 미소 짓는 아내와 함께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었겠다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저는 꼴빠가 되었습니다. 아부지가 좋아하던 최동원 선수를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LG 김동수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롯데가 이기냐 LG가 이기냐로 매일매일 내기하다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했고(김동수선수가 롯데로 오길 그렇게도 간절히 빌었었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빙그레 팬이셨던 학교 이발사아저씨와 삭발 내기를 하다 신나게 밀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도 송진우선수가 미웠습니다. 써클체인지업의 ㅆ도 듣기 싫었어요.)
대학교 졸업논문은 '왜 부산은 야구를 좋아하는가?'라는 제목으로 썼지요. 부산에 내려가서 택시를 타면서 택시기사 아저씨께 이런저런 것을 물으며 글을 썼어요. 그때는 꽤나 신경을 쓴다고 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헛웃음이 납니다.
매일매일 롯데야구에 웃고, 화내는 제가 싫습니다.
야구가 뭘 먹여주나. 안 본다! 외치면서.... 다음 날 슬쩍 스코어나 확인해볼까 하다가 끝까지 보고. 또 화를 내는 제가 싫습니다. 야구가 쉬는 겨울에도 이 친구들 잘 준비하고 있나 하며 인터넷 사이트를 기웃거립니다.
하...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는 (사실 지금도.)
사직구장에서 방수포 까는 일이라도 좋으니, 사직구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막무가내로 지원도 해보고, 최동원 기념사업회에 편지를 쓰기도 했지요.
딸이 태어났을 때,
신본기 선수 유니폼을 샀습니다. 우리 딸이 신본기 선수를 닮아갔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우승하겠죠? 언젠가는...
저는 이 사진이 너무 좋아요. 볼 때마다 최동원 선수의 간절함과 진심이 전해져 스스로를 돌아봐요.
답답해서 이런 거 하나 만들었어요. 여전히 답답합니다.
부산 지리티콘은 롯데자이언츠로 만들었지요. 이대호, 최동원, 신본기, 전준우, 손아섭 선수 (https://brunch.co.kr/@tasoo/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