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은 작가의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에 실려있는 글의 제목이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한건 줄 알고 선뜻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말들이었는데, 꽤 오래전에 쓰인 책에 이런 제목의 글이 있었다니 놀랍다.
조금 섬뜩할 수 있지만, 사실 우리는 지천에 널린 죽음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오늘 당장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일 수도 있고, 곤히 잠을 자다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으며, 지나가는 어떤 이가 휘두른 칼에 찔릴 수도 있는 일이다.
나는 사랑이라는 게 묻지마 살인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면에서 사랑과 닮아 있다. 사람들이 지천에 널려 있지만 어떤 사람이 나한테 다가와서 사랑이라는 칼을 내 심장에 박아 넣을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나중에 돌아보면 내가 어떻게 하다가 이 사람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본인의 선택에 의해 삶이 만들어지고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고민 끝에 택한 모든 결정들이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왕왕하게 된다. 셀 수 없는 우연이 필연처럼 작동하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낸 건 아닐까 하는.
복도에서 마주치던 그날 알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결정되어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꽤 시간이 흘러 지금에 와서 하는 거창한 의미부여 같지만, 찰나 같은 순간이었는데도 생각할 때마다 너무도 선연하게 떠오른다.
나는 그 순간 너라는 칼에 찔려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