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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rard Oct 16. 2016

같이 살자

 내 기억으로는 2008년 호주 고기공장에서 한창 패킹을 하던 시절이었다. 룸메 형이랑 주말에 누워서 기사를 보다가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사를 봤다. 기사를 읽으면서도 왜 화물연대에서 그렇게 대대적으로 파업을 하는지 몰랐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다. 기사 대부분은 화물연대에서 파업을 하는 이유보단 대대적인 물류대란이 일어날 거다. 국가적 손실이 얼마다라는 이야기로만 도배되어있던 것 같다. 2003년부터 시작된 파업이 그 이후에도 계속 지속됐었다. 그리고 최근에도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을 하는 이유, 정부의 대응, 언론들이 화물연대를 대하는 자세 등 십수 년이 지났지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화물연대 파업의 골자는 지입제 폐지와 표준운임제 도입이다.     

  지입제란 쉽게 말해서 개인적으로 일감을 따기 어려운 차량의 소유주가 운수회사에 차량 소유권을 넘기고, 등록하여 일감을 받아 일하고 운송회사로부터 보수를 지급받는 형태이다. 그냥 이런 설명으로만 보면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조금만 알아보면 이게 얼마나 거지 같은 제도인지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사전적인 의미로만 봤을 때 기사들은 분명 노동자이다. 어느 집단에 속해서 임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한다. 그런데 운수회사에 차량을 등록하여 일을 하는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자로서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사대보험과 최저임금 같은 제도들도 말이다. 그리고 개인사업자이다 보니 운행에 필요한 기름 값도 본인들이 지불해야 한다. 한창 기름 값이 폭등했을 때는 일을 하고도 적자를 봤던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에 표준운임제 (최저임금제처럼 어느 정도의 운임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시행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완배 기자님의 경제의 속살에서 들은 내용으로는 화물 운전기사들이 하루에 13~14 시간을 일해야만 230만 원 남짓 하는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2014년도 기준) 말이 13~14 시간이지 그냥 차에서 사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나는 업무가 업무인지라 일주일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다섯 번 컨테이너 기사들을 접한다. 물론 당사자들만큼은 아니지만, 그분들을 옆에서 자주 보는 나로서는 총파업을 하고 있는 분들의 고충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출고하는 화물을 적화하는 동안 대부분의 기사들은 운전석에서 피곤함을 달랜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말이 13~14 시간이지 내가 생각엔 그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보낼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쉴 수도 잘 수도 식사를 할 수도 없다.   

 과연 이게 정상적인 구조일까?    

 이런 구조는 비단 화물연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로 근무하면서도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접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좀 살게는 해줘야 될 거 아닌가. 그분들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권리도 가족들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가질 권리도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힘이 없는 약자를 보호하라고 존재하는 정부가 왜 항상 국가적 손실이 얼마고 물류대란이 어쩌고라는 소리만 지껄이냔 말이다. 파업을 하고 있는 그분들이 국가그 자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같아 속상하고, 정말 화가 난다.

 언젠가 화물차에 올라, 운전석 안에 있는 침대며 냉장고를 보고 마냥 신기하다며 껄껄껄 웃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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