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알 수 없는 진한 푸름이
피어나는 초록의 무성함을 삼키고,
싱그러운 아이의 미소에
더욱 풍요로워지는 바람
한 걸음 더 빨리 다가오는
여름의 문턱에 서서
온 몸으로 맞이하는 봄의 끝자락
상쾌한 바람 탓이었을까
마음에 불어 닥친 돌풍이었을까
돌연 나는 왜 잔잔한 너의 마음에 돌을 던졌을까
이제 다시 못볼 거란 아쉬움?
하룻밤의 육체적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
혹시나 하는 기대감?
모르겠다. 너에게 가까워 질수록 후회가 밀려든다.
마지막 그날의 너를 보는 듯 했다.
이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게 없구나
천진난만한 미소, 까무잡잡한 피부, 머리 스타일까지도.
한 시간의 짧은 대화를 뒤로한 채 찾아간,
너에겐 슬픔이었고, 나에겐 추억이었던 초록의 담장
어느 눈 오는 날인가 한껏 취해 울며 걸었던 그 거리
가기 전엔 꼭 한 번만 안아보고, 아니 안아주고 싶었다.
미안했다고,
너 많이 힘든 거 알았다고,
얼음장처럼 차갑게 돌아선 거 사실 단순한 내 변심이었다고,
네가 자책할 거 하나도 없었다고,
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그저 잘 지내라는 상투적인 말 한 마디 쥐어준 게 전부였다.
그날 하루 종일 가슴에 큰 바람 구멍이 난 듯 시렸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랐나 보다
그게 내가 널 만난 이유였던 것 같다.
나에 대한 그리움을 너에게 심어놓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행복했으면 좋겠다.
평생 누구에게도 말 못했었던 그 아픈 기억도 안아줄,
네 인생 함께 걸어줄 사람 찾았으면 좋겠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