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rard May 28. 2017

따듯하게 푸르던, 차갑게도 푸르던


깊이를 알 수 없는 진한 푸름이

피어나는 초록의 무성함을 삼키고,

싱그러운 아이의 미소에

더욱 풍요로워지는 바람

한 걸음 더 빨리 다가오는

여름의 문턱에 서서

온 몸으로 맞이하는 봄의 끝자락


상쾌한 바람 탓이었을까

마음에 불어 닥친 돌풍이었을까

돌연 나는 왜 잔잔한 너의 마음에 돌을 던졌을까

이제 다시 못볼 거란 아쉬움?

하룻밤의 육체적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

혹시나 하는 기대감?


모르겠다. 너에게 가까워 질수록 후회가 밀려든다.


마지막 그날의 너를 보는 듯 했다.

이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게 없구나

천진난만한 미소, 까무잡잡한 피부, 머리 스타일까지도.


한 시간의 짧은 대화를 뒤로한 채 찾아간,

너에겐 슬픔이었고, 나에겐 추억이었던 초록의 담장

어느 눈 오는 날인가 한껏 취해 울며 걸었던 그 거리


가기 전엔 꼭 한 번만 안아보고, 아니 안아주고 싶었다.


미안했다고,

너 많이 힘든 거 알았다고,

얼음장처럼 차갑게 돌아선 거 사실 단순한 내 변심이었다고,

네가 자책할 거 하나도 없었다고,

할 수 없었다. 아무 말도.

그저 잘 지내라는 상투적인 말 한 마디 쥐어준 게 전부였다.


그날 하루 종일 가슴에 큰 바람 구멍이 난 듯 시렸다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랐나 보다

그게 내가 널 만난 이유였던 것 같다.

나에 대한 그리움을 너에게 심어놓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행복했으면 좋겠다.

평생 누구에게도 말 못했었던 그 아픈 기억도 안아줄,

네 인생 함께 걸어줄 사람 찾았으면 좋겠다.


안녕


작가의 이전글 실존하지 않는 허상을 살아가는 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