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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rard Mar 31. 2016

마음의 짐

 무한도전 나쁜 기억 지우개 편을 보았다. 딱히 슬펐던 장면도 없었는데 그렁그렁 눈물이 났다. 나이, 직업, 처해진 상황 등을 떠나서 누구에게나 고민거리, 내 머리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 한, 두 가지쯤은 가지고 살아가나 보다.


 나도 그랬다. 지금까지도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때문에 힘들었고, 나의 노력 여부를 떠나, 하고자 하는 일이 계속적으로 어그러져 죽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생기 없는 생각들로 채워져 버린 하루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고 무의미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경험들이 내 인생에 기준점 같은 것이 되었다.  


 어느 시의 한 구절을 빌리자면,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예외 없이 끌고 가야만 하는 수레가 있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길은 평탄한 편이 아니라서 빈 수레를 끌고 나아가려고 하면 이리 튀고, 저리 튀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레 안에 자신의 고민들과 마음의 짐들을 싣고 나아간다. 그 마음의 짐은 수레의 무게가 되고 중심이 되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때로는 감당할 수 없는 좌절감과 무게 때문에 수레를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포기할 수 없기에 느리지만 천천히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만약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상담자였다면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 같다.


‘인생은 수레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입니다. 이런저런 크고 작은 고민들과 나쁜 기억들이 수레, 즉 우리네 삶의 무게가 되고, 중심이 되어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는 기준점 같은 것이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요? 눈물로 적신 하루가 분명! 미래라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빛으로 다가와 줄 테니 마음의 짐이건 고민들이건 함께 안고 나아가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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