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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rard Mar 31. 2016

사라진 내 마음속 '몬타나 존스'

 나는 어렸을 때 왕성한 호기심 때문인지, 알 수 없는 거지근성 때문인지, 길에 떨어져 있는 주인 잃은 돈을 자주 줍곤 했다. 한 번은 등굣길에 봉투를 주었는데 봉투 속에 십만 원짜리 수표가 들어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길가에 뒹굴고 있는 봉투를 보면, 안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봐야 직성이 풀렸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몹쓸(?) 몬타나 존스의 영향으로 보물지도를 찾아 헤맸던 거 같다.


 서류를 보낼 것이 있어서 아침부터 이것저것 정신없이 정리하고, 점심때 즈음 우체국으로 발길을 옮겼다. 아무 생각 없이 동네 골목을 터덜터덜 걷다가 길가에 떨어져 있는 하얀색 봉투를 보고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더 이상 봉투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지 않다. 설령 궁금하더라도 남의눈 때문인지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다. 아직도 마냥 어린아이 같은 나지만, 기척 없이 어른이 된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든다. 어느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오늘도 시간 하나가 지나가 허물을 벗은 뱀만이 좁은 골목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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