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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균 Sep 13. 2016

사릉(思陵), 백성들이 따르고 애도한 왕후의 뒤안길

비운의 단종 그리고 정순왕후 송씨의 애틋한 사랑을 찾아서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뒤로하고 가을바람이 평안하게 불어옵니다.

오늘부터 추석 연휴를 포함한 9일간 단기방학을 시작합니다.

올해 학교를 옮기며 인근에 있는 홍유릉, 사릉, 광해군묘, 흥선대원군 묘, 그리고 지척에 있는 광릉, 동구릉, 태릉을 살펴보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한 학기가 다 가도록 좀체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 곳 남양주로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고양시에서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서오릉, 서삼릉을 찾았는데 이곳에서는 그만큼의 여유가 없었나 봅니다.  


단기 방학 첫날 맞이하여 사릉을 찾았습니다.

사릉 입구를 지나능에 이르는 고즈넉한 소나무 흙 길   

사릉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아름다운 소나무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고개를 돌려 어디를 봐도 여기저기 굽은 소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사릉의 소나무는 강원도 영월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있다고 합니다. 정순왕후 송씨는 단종과 혼례를 치르고 얼마 되지 않아 단종의 유배로 인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을 때까지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릉의 굽은 소나무를 보면 높은 절개와 그리움이 느껴집니다.(나만의 생각~)


고즈넉한 흙길을 따라 발을 옮겨 봅니다.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홍살문이 눈에 들어옵니다.

소나무 흙 길을 지나 홍살문, 참도, 정자각, 장명등, 능침, 곡장이 눈에 들어온다.

금천교를 건너니 조선왕릉이의 공간적으로 공통되게 조성된 건축물과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홍살문, 참도, 정자각, 장명등, 능침, 곡장이 웅장하거나 위압적인지 않은 소박함으로 다가옵니다.

홍살문을 지나 맞이하는 참도는 박석이 박힌 길을 걸어서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정자각까지 거닐 수 있는 공간입니다. 왼쪽은 약간 높게 조성되어 신도(神道)라 하여 신이 걷는 길이고, 오른쪽은 약간 낮게 조성되어 어도(御道)라 하며 임금이 걷는 길입니다.


제가 왕은 아니지만 참도를 걸으며 정순왕후 송씨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단종 즉위 2년 왕비로 책봉되어 채 1년도 되지 않은 신혼생활은 단종의 숙부 수양대군(세조)의 왕위 찬탈과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로 유배를 떠나며 끝났습니다. 당시 그들이 이별했던 곳이 서울 청계천의 영도교입니다. 물론 정순왕후도 노산 부인으로 강등되어 동대문 밖 저잣거리로 쫓겨났고, 그 이후 두 분은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정순왕후는 세조가 내려주는 음식을 거부하며, 끼니를 근근이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고 있는 민초들이 채소와 과일을 사리 문 안으로 넣어주어 그것을 먹고살았다고 합니다.

정순왕후가 쉬고 있는 능침

단종이 영월로 유배를 떠난 뒤 채 2년이 되지 못해 죽임을 당했다는 비보를 접하고, 정순왕후는 매일 산봉우리 거북바위에 올라 단종의 유배지인 동쪽을 향해 통곡을 했고, 그녀의 통곡소리가 들여오면 마을 주민들도 가슴을 치며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한 많은 그녀의 삶은 눈조차 쉽게 감지 못하고 단종이 죽은 후에도 64년을 더 살았습니다. 자식이 없는 외로운 삶이 었지만, 민초들이 돕고 보살펴서 끝까지 세조의 도움을 물리치고 염색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순왕후의 삶에는 유난히 백성들이 함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릉 경내에 있는 야생화 전시포지에는 100여종의 야생화가 있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죽어서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오랜 세월을 정순왕후는 남양주의 진접에 위치한 사릉에 계시고, 단종은 강원도 영월의 릉에 계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분이 함께할 수 있도록 하려 했지만 양쪽의 지방자치단체 모두 반대를 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사릉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호하고 있는 보호수들의 우량한 종자와 묘목을 받아서 키우는 '전통수목 양묘장'이 있어 궁, 능, 원의 단장을 위해서 옮겨서 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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