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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균 Sep 15. 2016

부모님 자서전 대필하기

세대 단절을 넘어 부모님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교육활동 

 “비록 제 할아버지이지만 그분의 삶은 투박하고 못나셨습니다. 전쟁에 참여하고, 다리를 잃어 상이군인이 되고, 병으로 야금야금 죽어간 그 인생에서 어떤 목적성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이룬 게 없는 비루한 인생처럼 보일지라도 저는 글쓰기를 통해서 제 할아버지의 삶을 사랑하고, 덕분에 제 삶까지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쟁과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할아버지의 굴곡 많은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배지훈 학생의 소감)

글쓰기에 참여한 다른 아이들도'가수가 되고 싶었던 어머니의 꿈 이야기, IMF 외환위기를 넘긴 아버지의 사업 이야기와 소아마비를 딛고 일어서 가죽공예 명인이 된 아버지의 사연,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을 일궈온 엄마의 삶과 나의 출생기' 등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가족이 힘들고 행복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조종고의<가족 삶 쓰기>교육활동으로 아이들이 대필하여 출판한 자서전 1,2권

조종고의 <가족 삶 쓰기> 교육활동은 1학기 교육활동을 평가하고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교직원 워크숍에서 제기된 문제 즉, 가족 간의 대화와 소통의 부재가 학생의 학습 및 인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보완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성교육이 그렇듯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족을 사랑해라. 부모님을 존경해라. 그리고 가족과 대화해야 한다.”라고 해서 가족의 대화가 많아지고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아이들이 부모님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의도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교육활동이 조종고등학교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통한 가족공동체 복원 프로젝트 <가족 삶 쓰기>이다.

조종고의<가족 삶 쓰기> 교육활동에 참가한 12명의 아이들

<가족 삶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할 학생들을 학년 구분 없이 공개 모집한 결과 32명(전교생 260명)의 아이들이 신청을 했다. 신청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대필 전문가 특강 10회(20시간)와 자서전을 대필하기 위한 ‘인터뷰 질문 만들기’ 과정을 거친 후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자서전의 대상이 되는 부모(조부모)님과 인터뷰에 들어갔다. 기초 인터뷰-심층 인터뷰-보완 인터뷰 등 수차례의 대화와 인터뷰를 거쳐서 녹취한 내용을 다시 글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그 이후 글과 관련된 사진과 자료를 모아서 편집하는 과정을 거치서 최종 마감된 원고는 열두 명 아이들의 눈물과 부모(조부모)님의 삶이 켜켜이 들어있는 15쪽 분량의 값진 원고였다.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아침마루의 그날들'은 몇 명 아이들의 글을 제외하면 10대 아이들이 쓴 그만 그만한 글과 내용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 들어있다. 이 책에는 아이와 부모님이 나눈 긴 시간의 대화가 들어있고 녹음한 내용을 글로 옮기기 위해서 수차례 듣고 또 들으면서 아이들이 느낀 부모님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존경이 들어 있다. 

daum의 메인기사로 올라온 조종고등학교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통한 가족공동체 복원 프로젝트 <가족 삶 쓰기>

 '아침마루의 그날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어른들의 힘든 삶을 아이들이 글로 옮겼다는 것이다. 부모님은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 온갖 고생과 희생을 다하신 IMF 위기 극복 세대이고 조부모님은 자신의 끼니를 굶고 몸을 희생하여 국가를 일으킨 산업화 세대이자 국제시장 세대이다.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그들의 희생 어린 삶을 조명해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도 않는다. 결국 우리 아이들의 글쓰기가 부모(조부모)님이 지닌 마음속 삶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씻김의 기회가 됐다. 


언론에 기사화된 <가족 삶 쓰기>

<가족 삶 쓰기> 교육활동을 통해서 교육이 진정으로 가치 있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가진 본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현상에 대한 대안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문제를 어떻게 교육으로 풀어낼 것인가?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변화된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는 국가에만 부여된 책무가 아니라 학교와 교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시대적 요구이고 정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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