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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균 Dec 23. 2017

마을과 학교의 협력이 만든
마을교육공동체 이야기

경쟁과 줄세우기 보다 협력과 배려의 교육을 해야

학교와 마을은 하나

본디 학교와 마을은 분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은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서 자신의 생명과 같은 땅을 학교 부지로 기부했고, 학교는 마을 주민의 생명과 같은 땅에 설립되었으며 마을 사람들은 내 아이 남의 아이 구분하지 않고 더불어 길렀습니다. 또 마을에서 자란 아이들은 마을의 전통과 도덕 그리고 마을 고유의 문화 속에서 왕따, 학교 폭력, 경쟁보다는 사랑과 협력의 공동체 문화를 온몸에 간직한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했습니다.

장곡중 1학년의 풍년제 놀이( 장곡노루마루축제)


산업화 시대의 그늘이 만든 경쟁과 효율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

지난 50여 년간 고도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협력과 배려보다는 효율을 추구하고 더불어 협력하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산업화가 가져온 경쟁과 효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는 마을, 이웃, 공동체, 협력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되었고 우리 교육도 협력과 배려보다는 차가운 경쟁과 줄 세우기에 물들어 버렸습니다. 결국 우리 교육은 앎과 삶이 다른 정답만을 쫒는 교육, 협력과 배려보다는 오로지 명문학교에 진학할 승자(?)만을 키우는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교육이 되어 버렸습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진리에 가까운 말입니다. 우리 사회는 지난 50여 년 동안 경쟁과 효율이라는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 결과 경제규모는 OECD 32개국 중에서 10위까지 올라왔지만 행복지수는 꼴찌, 갑질, 양극화, 불평등, 불신, 피로사회가 되었습니다. 만약 지금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곳이 없다면 이제는 우리 손으로 사회를 바꿔가야 합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먼 미래사회라도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면 당장 교육부터 바꿔가야 합니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의 실천

장곡중학교 1학년 마을연계 교과통합프로젝트

교육이 진정으로 가치로운 것은 그 사회가 가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가치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를 위해서 경쟁과 줄 세우기보다는 협력과 배려의 씨앗을 뿌려야 공존의 공동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장곡중학교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지향하는 8년 차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입니다. 혁신학교 초기에는 아이들의 배움을 중심에 둔 수업혁신과 교과통합 교육과정에 집중했고 혁신의 연차를 더하며 평가 혁신 그리고 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장곡중학교가 마을이 함께 실천해온 마을 연계 교육과정을 몇 가지 소개합니다. 


아이들이 짓고 주민들이 도와준 벼농사 600평 짓기

첫째, 지난 1년 동안 우리 마을의 ‘도시 농부’라는 주민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600평의 논에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들고 모내기와 잡초 및 피 뽑기 과정을 거쳐 벼를 베고 수확하여 쌀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나비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벼농사는 1학년 자유학기 교과통합 프로젝트로 운영되었으며 우리 아이들이 ‘쌀나무’가 아닌 식량, 생명, 환경, 마을을 지키는 벼에서 생산된 쌀이라는 것을 알아가는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 아이들을 도와주는 주민이 계시지 않았다면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교육이었습니다. 왜냐면,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농사짓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을과 주민이 학교와 아이들을 살피고 도와주셔서 교과통합 프로젝트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벼이삭처럼’이라는 멋진 교육활동이 가능했습니다.

장곡중학교 아이들이 벼농사로 수확한 쌀


아이들이 만들고 어른들이 도와주는 마을축제

장곡노루마루축제 학생기획단 회의

둘째,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드는 제3회 장곡노루마루 마을축제를 기획하고 집행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3회째 실시되는 노루마루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중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4월 초 장곡마을의 5개 학교(장곡초, 진말초, 응곡중, 장곡중, 장곡고)가 모여서 축제 일정을 확정하고 응곡중과 장곡중 학생이 참여하는 마을축제 기획단을 구성하여 7월 여름방학부터 10월 28일 축제일까지 학생이 중심이 된 축제가 준비되어 펼쳐집니다. 이 과정에서 마을학교 ‘너도’, 장곡마을 아파트 대표자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노인회, 부녀회, 새마을 봉사단, 각 학교 학부모회, 동사무소를 비롯한 마을의 모든 주민단체가 아이들의 축제 준비를 도와줍니다. 이곳에는 남녀노소,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습니다. 물론 때로는 축제 장소, 가두행진, 프로그램 등을 두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기도 하지만 긴 토론 끝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이내 협력하여 축제를 준비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축제를 통해서 정형화된 학교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문제해결력, 의사소통능력, 비정형성, 인지적 유연성 담보한 창의성까지 정답은 아니지만 너무나 다양한 해답을 스스로 찾고 마을이 자신 삶의 일부임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시흥시 5개권역에서 열리는 학생과주민이 함께하는 마을축제
장곡노루마루축제 마을 할머니들의 난타공연


마을의 청년멘토가 도와준 아이들의 설계,인테리어 체험 

셋째, 학생, 주민, 교사가 어우러지는 ‘어울림 공간’(교육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학교 안 카페테리아) 조성 사업도 마을 청년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그저 예산을 집행하는 학교 공사에 그쳤을 것입니다. 하지만 설계와 인테리어를 전공한 청년 창업가 세 사람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지난 4개월 동안 어울림 공간을 만들기 위해 조명과 탁자를 비롯한 실내 인테리어와 야외 카페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학교에는 설계, 디자인, 인테리어를 전공한 교사는 없습니다. 오로지 마을과 주민의 도움으로 아이들에게 소중한 경험을 줄 수 있었습니다. 

장곡중학교 어울림공간 개념도와 학생들의 설계를 도와준 청년멘토


마을과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목공실 ...

이밖에도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장곡교육협동조합(가칭)은 마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고 시흥시가 지원해서 만들어진 학교 안 체험교실(목공 실습실)은 일과 중에는 교과수업을 진행하고 저녁 7시부터는 마을 주민에게 개방되어 마을 주민의 목공소가 됩니다. 또 마을의 어르신이 아이들의 ‘사람 책’이 되어주는 휴먼 라이브러리는 이미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 깊이 들어와 있으며 ‘아낌없이 주고받는 너와 나’는 풀뿌리 환경센터의 도움을 받아 학교 안에 핀 야생화를 살펴보고 아이들이 야생화의 이름을 불러 주기도 합니다.

마을 주민과 학생의 공유공간 '학교안 체험교실'- 목공실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마을교육공동체

우리 아이들은 마을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서 마을의 도움과 배려 속에서 마을의 주인으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우리 마을을 책임지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시흥에서 태어나고 시흥에서 자란 아이들이 시흥의 주인이 되고 시흥의 발전을 위해서 기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정신이고 시흥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일이며 교육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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