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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니 May 13. 2022

프롤로그: 영국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A Dreamer's Prologue

2022년 2월, 나는 스물아홉의 나이로 두 번째 퇴사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순전히 코로나 때문에 시작됐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코로나19를 직격탄으로 앓았다. 여기서 직격탄의 수준은, 동대문구격리센터에 입소하는 것부터 시작해 시립병원으로 전원해 국가의 인증을 받지 못한 신치료제를 투여받으며 입원 치료를 받은 수준이다. (코로나 투병썰은 할 말이 많으므로 다음으로...)


건강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나 또한 20대라는 나이에 꽤나 기억에 남을 사건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회와 단절된 2주 동안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라. 끝없는 우울함과 두려움 속에 상념에 빠지니 나의 모든 시간을 불편한 장소(회사)에 갇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온 내가 너무 후회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억울했다. 그 당시에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죽음까지 다다랐기 때문에 소중한 시간, 20대라는 세월을 하릴없이 낭비했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퇴원 후 다시 회사와 생활에 복귀한 나는 그동안 정말 깊숙한 마음속에 묻어뒀던 꿈이 어느새 커졌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다. 그 꿈은 바로 영국에서 사는 것이었는데, 중고등학생부터 영국 문화에 애착이 깊은 어린 나는 귀엽게도 막연히 어른이 되어서 영국에서 살아야지 하는 꿈을 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의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성인이 되고 취업하랴 일하랴 현실에 치여 당연한 듯이 잊어버리고 살았다.


바로 고민하지도 않고 영국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 비자를 알아보고 1월, 상반기 워홀 비자 추첨에 신청하게 되었다. 퇴원 이후 프로젝트를 끝내고 연간 플랜을 짜는 등 바쁘게 미팅을 하는 도중 메일 알람이 떴다. 2022년 상반기 영국 워홀에 당첨됐다는 외교부의 메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한 번에 당첨될 거라는 기대도 없어 하반기를 생각하고 있던 차라 당첨됐다는 메일을 보고 벙 쪘다. 당황해서 기뻐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 소식을 전한 친한 동료가 대신 기뻐해주는 모습에 정신을 차렸던 것 같다.


그렇게 영국행을 현실로 온전히 받아들이기까지는 여러 생각과 감정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는 듯이 신청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20대 초중반을 정말 바쁘게 살아왔던 만큼 의료 업계에서 PR인, 마케터로서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를 4~5년차라는 중요한 타이밍에 내려놓고 떠나야 하니 마음과는 다르게 옳은 선택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부족한 내 영어 실력을 가지고 지인 한 명 없는 타지로 떠나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일단은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으로 부정적인 생각들은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내가 꿈꾸던 곳에서 아무런 부담 없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해보고,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영국 생활이라니, 말만 들어도 너무 설레고 기대되지 않나.


그렇게 나는 꿈꾸던 영국에 살게 됐다.

비록 2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나.


지금 나는 퇴사 후 9월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이 글 또한 그동안 삶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느라 놓쳐버린 것들을 뒤늦게 담아보고자,

현재에 충실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에 더욱 몰두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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