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수리’하다-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여름 이야기

by 아미달라

6월 초여름을 열어준 책 <대온실 수리 보고서>. 유흥준 님의 추천사를 시작으로 읽어나간 이야기는 “장인 정신에 투철한 소목장의 집념과 관할 공무원의 무심한 대비”라는 소개의 말에 낚여 스펙터클 하고 집요한 서사를 기대했으나 ‘마음‘, ’ 이해‘, ‘치유’와 같은 작고도 소중한 이야기에 마음이 머문다.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를 배경으로 전개된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의 중심인물 영두는 ‘잊지 않으면 살 수 없어, 인생의 한 부분을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온 인물이고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문자 할머니(마리코)는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삶을 견뎌낸 인물이다. 낙원 하숙은 영두에게 지우기 힘든 상처를 준 공간인 동시에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문자 할머니 역시 낙원 하숙을 되찾음으로써 자신을 찾고 치유받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영두와 리사는 상반된 듯하지만 서로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영두는 과거를 보듬고 자유로워지지만 리사는 과거의 상처에 머물러 있는 인물이다.


또 산아는 영두에게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는데 기폭제가 되는 인물이며 산아와의 대화 그리고 산아와 스미의 이야기를 통해 영두는 답을 얻고 상처 치유해 간다.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의 조각을 맞추어 가다 보면 어느새 완결된 이야기 속에 다다른다.


모임에서 책에 대한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수리’라는 단어에 생각이 멈춘다. ‘창경궁 대온실 수리 ’라는 배경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마음이 ’ 수리‘되는 과정을 글에 담고 마음으로 나누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 말이다. 작지만 가장 스펙터클 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우리는 누구나 자신 안에 소중하고 원대한 우주를 품고 있지 않은가?


이 소설을 읽고 좋았던 점 중 하나는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던 원서동과 창덕궁과 창경궁을 속속들이 누비고 있는 기분을 느끼며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였다. 창덕궁 처마들이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곡선과 창덕궁과 창경궁을 이어주는 함양문 지나 ’ 슬픔으로 열고 그리움으로 닫는다’ 월근문을 넘어 뼛속까지 시린 고독을 달래며 영두와 리사가 얼음을 제쳤을 춘당지를 마음속으로 그리며 흠뻑 빠져들었던 시간이다. 순신과 영두가 함께 걸었을 6월의 청신한 원서동 돌담길을 떠올리며 함께 걷기도 하면서.



“세상 어딘가에는 지금이 아닌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p403)

이란 문장에 여운이 남는다. 과거의 어떤 시간 속의 머물러있을 나를 돌아봐주고 이해하고 놓아주는 것. 그리고 현재를 사는 것. 그때의 나는 그럴 수 있었으니…


초여름, 영글어가는 신록 같던 젊은 날에 애틋한 안부를 전한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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