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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쏘 Jan 15. 2024

Sunburnt Days

and Frozen Days


이제 나는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어느 해는 정신을 한번도 못 보고 지나가도
정신을 모르던 시덥잖은 날들에 비하면 아름답다.


홍진경이 친구 정신의 생일을 축하하며 써 준 편지를 여러 해에 거쳐 여러번 읽었다.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지. 나 보라고 쓴 편지도 아닌데 여러번 읽었다. 사실 내가 받은 편지 같아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쓴 것만 같은 편지였으니 그랬을 것이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가 아니라 그렇다. 비겁하게 이미 알고 있는 내 마음에 여지를 두지 말아야지. 게다가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은 아름다운 마음이니까.


오지은 노래에는 또 이런 구절이 있다.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단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근데 그러면 좀 어때. 나는 어떤 시절과 사람을 애틋하게 여기고, 또 그렇게 애틋함을 느낄 줄 아는 내가 좋다.


작년은 18년을 함께 한 나의 언니를 만나고, 10년을 함께한 나의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내며 마무리했다. 올 해는 12년 전에 함께하던 고양이랑 꼭 닮은 고양이를 만나며 시작했고, 그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정하고는, 15년 전 듣던 음악을 함께 듣고, 15년 전, 10년 전에 봤던 영화들을 다시 보았다. 15년을 함께 한 친구와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이제 곧 NEXT의 10주년 신년회 행사도 한다.


Sunburnt Days를 들을 때 떠올리는 애틋한 날들처럼, 작년 말과 올해 초의 시간들도 빛에 그을려 추억이라는 금모래가 뿌려질테다. 그리고 그 반짝이는 까끌거림이 평생 때때로 내 눈을 부시게 하고 또 내 마음을 아리게도 할 거라는 걸 안다. 나는 그게 애틋함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난 그 애틋함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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