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게 뭘까. 실없이 그런 생각이 드는 때가 예전부터 종종 있었다. 아니 예전에는 자주 있었고 요즘에는 아주 드물었다. 약을 먹은 후에는 더 그랬다.
오늘 내가 사랑하는 A가 사랑하는 B가 인사하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조금 헷갈릴 수 있는데, A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고, B는 A가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B의 존재는 이전부터 들어 알고 있고 한번 마주친 적도 있지만 잘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B가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동영상을 찍은 것을 보게 되었고, 그 B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듣자 마자 ’아 이 사람, A가 사랑하는 사람, A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 그리고 나는 그런 A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는 생각이 차례 차례 들었다.
몇몇 사람을 나는 지극히 사랑한다. 관계와 상관 없는 사랑이다. 따라서 성애적인 사랑이 아니고, 배타적인 사랑도 아니다. 그냥 그 존재 자체를 내가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 사랑이 불가항력이라는 것도 느낀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을 지극히 사랑하기 때문에 뭘 따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나 그 사람의 내면의 규칙을 감각하게 되면 거기에서 더 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거나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면 평소보다 더 많이 미소 짓게 되고, 그런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할 때 나는 아주 강한 안온함과 행복을 느낀다.
이번 겨울에는 지금 떠오르는 내가 사랑하는 몇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꼭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