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쇼호스트 성장기 (15)

콜드메일은 어려워~!

by 허성현

모든 쇼호스트들이 주기적으로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방송을 진행하는 대행사에 콜드메일을 보내는 일이다. 프로필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예쁘게 꾸며 메일을 보낸다. 지금 여기 나라는 쇼호스트가 있으니 방송 좀 주세요(!!) 어필하는 일이다. 나 역시 쇼호스트를 해보겠다고 도전한 후 이러한 이메일을 정기적으로 보냈다. 인스타그램, 인터넷에 대행사 리스트를 쭉 찾고 메일 주소를 스크랩해 나를 알렸다.


놀랍지 않게도 답변 확률은 0% 였다. 못해도 100번은 넘게 메일을 보낸 거 같은데 연락이 없으니, 예상했어도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나도 나를 아껴주는 대행사가 있듯 모든 대행사에는 이미 선호하는 쇼호스트 풀이 있다. 게다가 내 포트폴리오가 대단치 않으니 굳이 힘들게 먼저 연락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뉴비에게 중요한 건 성과보다는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마음이다. 늘 말했듯이 결과를 떠나, 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내가 나한테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다. 그래도 노력했잖아 성현아!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최근 6개월 정도는 대행사에 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 어차피 안될 거 의미도 없다는 마음과, 이제는 조금 방송이 들어오니 들어오는 방송이나 잘하자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배가 불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포트폴리오를 꺼내 들고 당차게 가능할 것 같은 대행사에만 이메일을 보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잘 보냈으니 내 역할은 끝났다 쉬고 있는데 답변이 왔다.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메일로 주고받았고 빠른 시간 내 방송으로 서로 뵙자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콜드메일로 대행사에 답변을 받아본 건 2년 만에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 아직 방송이 진행된 건 아니지만 내 작은 행동에 반응이 왔다는 사실 자체가 기쁘달까? 다른 얘기지만 최근에는 내 브런치를 보고 DM을 보내주신 쇼호스트 지망생 분도 계셨다. 대나무 숲에 외치기만 하는 줄 알았던 내 목소리가 누군가에 닿는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아무쪼록 오늘부터 나는 콜드메일 답변율 0%의 쇼호스트가 아니라 1%의 쇼호스트가 되었다. 처음과는 그 방법도, 방향도 많이 달라졌지만 나는 오늘도 쇼호스트로써 조금씩 노력하고 성장하고 있다. 이 것 참 나의 쇼호스트 성장기라는 시리즈에 가장 적합한 에피소드가 아닌가 혼자 흐뭇해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나를 콜드 메일 답변율 1%의 쇼호스트라고 불러주시길 바란다.


메일 일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의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