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가능성

나는 오늘도 내 선택을 올려친다

by 허성현

#1 정말 오랜만에 일요일에 일이 없네? 가족과 신나게 여행을 가야지 생각하다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놀러 가자! 그러면 아내는 나와 아들 없는 신나는(?) 주말을 보낼 수 있겠지? 이렇게 아내에게 계획을 말해줬다. 친구를 부르고 집에서 요리하고 술 마실 계획까지 금방도 세우셨다. 정말 번개같이..


#2 아내의 신나는 홈파티를 앞둔 점심,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했다. 아이 상태를 보니 차를 타고 친정에 갈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내가 아이를 집에서 보고, 아내는 집 근처 식당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가졌다.


#3 이렇게 사소한 일조차 삶은 변수 투성이다. 누구나 잘 준비해 놓은 계획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을 한다. 그때 중요한 건 침착하게 플랜 B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플랜 B가 원래의 계획보다 나았다고 나를 미친 듯이 가스라이팅하는 것이다.


#4 쉬운 말로 “오히려 좋아!” 마인드다. “와 집에서 불편하게 요리하고 놀았으면 뒷정리 어쩔 뻔했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마치 원래 계획은 없었다는 것처럼 차선책이 최고였다고 믿는것이다.


#5 내 삶에서 처음 생각대로 된 일은 정말 손에 꼽는다. 특히 크고 중요한 일일수록 그렇다. 하지만 내가 내 삶에 만족하는 이유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플랜 B를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이다.


#6 아내랑 가볍게 다음에 이사 갈 지역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 내렸다. 사실 우린 아무 데나 가도 돼. 또 도착하자마자 여기가 제일 좋다. “와 여기 모르고 살았으면 억울해서 어쩔 뻔했냐” 셀프 가스라이팅이 시작될 거기 때문이다. 신혼 때부터 단 한 번도 실패 없이 동네를 사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네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집 근처 베이글 집이 맛있다고 그 동네를 5점 만점에 5점 줬으니… 정말로 우린 최악의 평론가들이다...


#7 삶이 즐겁고 버라이어티한 건 이러한 알 수 없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삶이 두렵고 슬픈 이유도 그놈의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니 유일한 해결책은 결국 일어난 일, 내가 선택하게 된 일의 가치를 가능한, 최대한, 열심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매우 올려치는 것이다.


나는 매일의 가능성이 기다려진다. 뭐가 오더라도 기뻐할 세뇌된 마인드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당신의 삶에 일어난 일을 힘껏 올려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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