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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영 Apr 06. 2016

'저마다의 답'이 필요한 시대의 교육

'큐레이션'과 '소화하기'

공부는 혼자서 하기 어렵다. 정보가 부족할 수도 있고, 노하우가 부족할 수도 있고, 의지가 부족할 수도 있다. 좋은 교육은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노하우를 나누고, 의지를 북돋아줄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그래서 정보 전달이 중요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정보가 넘친다. 너무 넘친다. 넘치는 만큼 잘못된 정보도, 편향된 정보도 많다. 그래서 이제 교육은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없게 된 대신, 정보를 고르는 안목을 키워줘야 하게 됐다.


좋은 정보를 고른다고 좋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아니다. 좋은 재료가 반드시 좋은 요리로 이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교육은 좋은 정보를 고르는 방법뿐만 아니라 정보를 잘 소화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도 해야 한다.


정보를 소화한다는 것은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세상을 대하는 자신만의 태도를 가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덕목이다. 어느 정도 정답이 정해진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모두 함께 한 마음 한 뜻으로 같은 곳으로 바라보고 같은 방식으로 달릴 때 오히려 미래가 밝은 시대를 살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사회든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질 수록 경쟁력이 강하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끊임없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은 만드는 게 됐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교육 현장에선 정보를 직접 골라준다. 정답도 정해준다. 그래서 학생들은 골라준 정보를 착실하게 익히는 기술을 배운다. 그런데 실제로 학교를 졸업하면, 그 누구도 정보를 골라주지 않는다. 그래서 익히고 싶어도 익힐 대상이 없어서 당황하게 된다. ‘정확하게 제가 뭘 해야 하는지 시키기만 하시라니깐요’라고 얘기해 봤자, 학교 바깥에서 그런 친절함을 보여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조직은 몇 군데 없다.


사람들이 공무원을 하고 싶어하고 대기업에 지원자가 들끓는 이유는 반드시 정부와 대기업이 더 안정적이어서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배운 걸 써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정답이 이미 존재하는 곳에서 자란 이들에게 ‘저마다의 답을 만들어내야 하는 곳’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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