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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Sep 14. 2015

왜 난 우울한가

구직활동가의 한 컷.

선댄스 채널에서 드라마 하나를 봤다. 등장하는 인물이 소설 <싯다르타>를 얘기하면서 싯다르타는 세상 안에 들어가서 진리를 깨우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하는 게 "Get Dirty".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더러워져라'는 얘기였다. 더러운 꼴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다는 경험주의자의 얘기 같기도 했다. 


최근 '구직활동가'라는 별명으로 트위터 계정을 바꿨다. 그게 나의 형편이며 사회적인 계급이라는 생각에서다. 요즘은 일주일에 3~4개 정도로 면접을 본다. 이 반복된 시간이 한 달 정도 지속되면서 무기력해졌다.


내 지난 회사는 5인 미만 사업장이었고, 나는 4개월째 기자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대표이사는 이틀 전에 다음달 급여를 주지 못하니까 이쯤에서 정리하자고 했다. 천재지변에 의한 '구조조정'이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자신이 기대했던 만큼 능력이  오르지 못했다고. 


2015년 8월은 나에게 잔인했다.  7월 임금은 8월 중순이 돼서야 받았다. 그 돈으로 30일 가까이를 보내오고 있다. 나는 1년간 계약된 기간제 근로자였다. 그러니까 '부당해고'도 아니었던 것.


대한민국에서  내가 근로자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은 없다. 민사소송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 결정에도 비용이 든다. 그만큼 내 생활비는 깎인다. 이런 형편에 그나마 지탱했던 분노도 사그라들었다. 심지어 나는 실업자가 아니다. 실업급여는 6개월 이상 고용된 사람의 몫이다. 


가을이 다가온다. 이번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나는 계속 미끄러질 것 같다. 나는 장그래를 이해할 것 같다.  20대 후반인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또 내 생활을 하기 위해서 어떻게라도 회사에 다녀야 한다.


회사를 택하는 조건도 생겼다. 취업규칙이 있는 10인 이상의 사업장.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권리도 있으니까. 한번 당하니까 두 번은 못 당하겠다. 


더러워지라는 TV 속 대사를 가지고 내 얘기를 써봤는데, 어떨지 모르겠다. 20대 청춘의 분투기쯤으로 읽어주셔도 될 것 같다. 최근 KBS에서 방영되는 수목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두 번째 기회'라는 법을 가지고 얘기하더라. 나는 그 첫 번째 기회도 가지지 못했다.  


광고가 아닙니다만, 면접본 후 먹는 점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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