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삼남매가 되다:우리의 성장기> (2)
<나는 너를 품었고, 너는 나를 살렸다>
잊을 수 없는 날들을 기록합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다시 살아가게 한 온기에 대하여.
※ 이 브런치북에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별, 강한 감정 묘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생이랑 싸우는 게 뭐 어때서?
토토 미용은 작은 누나인 내 담당이었다. 성질 더러운 둘이 만나니 미용하는 날은 매일 같이 싸우는 날이었다.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되는 날, 그날은 우리 집은 물론이고 근처에 있는 집들에도 싸우는 소리가 다 들렸을 거다.
나는 “야, 다친다고! 가만히 있어!” 소리치면서도 절대 멈추지 않았고, 토토는 하지 말라고 으르렁으르렁, 왕왕! 아주 난리였다. 어쩌면 다른 집에서는 ‘저 집은 또 싸우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만큼 아주 난리법석이었다.
어쨌든, 비전문가지만 토토 전용 미용사인 작은 누나로 빙의한 날이면 토토는 잔디깎이가 휩쓸고 간 듯 털이 들쭉날쭉 아주 못생긴 강아지가 되었다.
두 누나는 당연하게도 그런 토토를 보면서 하루 종일 웃고 놀렸다.
내 나이 20살. 토토와 산 지도 벌써 10년이 됐을 때, 한 번은 자꾸 눈을 찌르는 털을 정리해 주겠다고 클리퍼를 들었다가 물린 적이 있다.
이건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다해서 무는 거였다. 다신 안 해주겠다고 다짐했지만, 동생인데 그대로 둘 수는 없었고. 영상을 찾아보다가 다른 사람들은 눈썹 칼로 쓱쓱 쉽게 정리해 주는 걸 봤다. 당연히 나도 따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간과한 한 가지 사실. 토토는 두 누나로 인해 성질이 매우 더럽다는 것.
눈썹 칼은 잘려야 할 털 뭉치가 아닌 내 손가락을 스쳤고, 그날은 토토와 대판 싸웠다.
나 좋자고 하는 것도 아닌데 억울했다. 진심으로 물리는 거야 매번 있던 일이니 그렇다고 치고, 이빨 드러내는 거야 애교로 봐준다고 해도, 피까지 흐를 만큼 상처가 나니 서러웠다.
그 이전부터 토토는 단순한 강아지가 아닌 그저 내 동생, 토토였기에 우린 한동안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간식도 챙겨주지 않고 옆에서 같이 자지도 않을 만큼 냉전 상태를 유지했다.
못 말리는 사고뭉치
토토는 집이 커다란 곳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험을 떠나듯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고를 쳤다.
그 배경에는 칠칠치 못한 쌍둥이 누나들이 있었다.
우린 유독 정리하는 걸 싫어했다. 정리할 시간에 다른 걸 하면서 놀자는 생각이었던 걸까.
외출 후에 옷을 벗으면 휙, 가방도 휙!
귀찮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래서 토토에겐 누나들의 물건이 장난감이었을지도 모른다. 보이는 것마다 다 물어뜯고 씹었으니 말이다.
셋이 서로 화도 내고 짜증도 내면서 싸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토토는 가리지 않고 눈에 보이는 건 다 씹어대서 교과서와 책, 학교 준비물, 립밤과 옷들은 전부 장난감이 되었다. 새로 산 아빠의 안경도 씹었고, 새로 사서 써본 적도 없는 핸드폰 충전기는 몇 개를 해 먹었는지 셀 수조차 없다.
어렸던 우리는 몇 번이나 토토가 물어뜯은 옷을 입고 학교에 간 적도 있었다. 뒤늦게 발견해서 숨기기에 급급했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토토에게 왜 그랬냐고 따졌다. 말대꾸라도 하듯 토토는 우릴 향해 짖었다.
정말 우리에게 토토는 강아지가 아닌 그저 동생일 뿐이었다.
쌍둥이가 처음 산 옷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뻐서 좋아하던 옷을 잠깐 내려놓고 다른 걸 했을 뿐인데 그 잠깐 사이에 등판이 전부 물어뜯겨 입을 수가 없었다. 그거로도 모자랐는지 토토는 우리 방의 문이며 문지방까지 다 씹어댔다.
장난감이 없던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그랬을까.
어쩌면 흔한 남매들이 그렇듯 서로 괴롭히고 다투며 커간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자매는 여전히 정리정돈을 잘 하지 않는다. 토토가 중요한 건 아무렇게나 두지 말라고 가르쳐줬음에도 우린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 흔적은 아직도 남아 추억이 됐지만, 그때는 신나게 놀았던 토토도 혼나고 말리지 않은 우리도 혼났는데.
어쩌면 지금은 그때가 더 그리운 것도 같다.
차라리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호되게 혼나도 좋으니까, 단 한 번만이라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