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만남 그리고 이별

1-3 <이별하기:너를 보내는 일> (1)

by 별의기록

<나는 너를 품었고, 너는 나를 살렸다>

잊을 수 없는 날들을 기록합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다시 살아가게 한 온기에 대하여.


※ 이 브런치북에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별, 강한 감정 묘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이 글을 쓰기 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날 이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던 메모장의 폴더를 열어야만 했으니까.


 심지어 이걸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에겐 안 좋은 일들이 겹치고 겹쳐서 이걸 써도 괜찮은 걸까 싶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메모장을 열기로 했다.


 말하기에 앞서 1-3은 생각한 것보다 길 수도 있다. 우리가 이별하기까지의 과정과 토토를 보낸 일까지 전부 담고 있으니 말이다.



 19년 6월 24일. 나에겐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날짜 중 하나다.


 그날이 오기 전에 토토의 등에 이상한 멍 자국 같은 게 생겼다. 나이가 들며 듬성듬성 털이 빠졌고, 등은 거의 휑했다. 그 부위에 떡하니 붉은빛의 멍이 들어있으니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기존에 다니던 동네의 작은 병원이었다. 검사 결과 노견이기에 생긴 거라고만 했다. 양쪽 눈도 거의 실명 상태지만, 이것 또한 나이 때문이라고만 했다. 노견이기에,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만약 이때 다른 큰 병원을 갔으면 더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었고, 우리에겐 조금의 시간이 더 허용됐을지도 모르겠다. 그 병원을 믿었던 가족들은 나이 때문이라고 하니 안심하면서도, 우리 자매는 이것저것 검색하며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며칠 후, 6월 24일. 그 당시 아빠는 오전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출근하셨다. 출근하기 전 안방 불을 켰는데, 토토는 방 한쪽 구석에 변을 아무렇게나 지린 채 쓰러진 상태로 있었다. 미동도 없는 토토를 보며 우리 가족은 안절부절못했다.


 집 근처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24시 병원을 급히 찾았고, 아빠가 출근하는 길에 우리 자매와 토토를 병원에 내려주고 가셨다.


 새벽이라 사람이 없었던 게 다행인 걸까. 검사실로 들어간 토토는 온갖 검사를 했고,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


 그리고 토토 보호자를 부르는 소리에 들어가 들은 결과는, 비장에는 종양과 복수가 차 있고, 췌장염이 심한 데다가 많은 수치들이 안 좋다는 말이었다. 사실 간 수치, 신장 수치, 장 내 환경, 목 디스크 등등 다양한 문제를 말해줬지만, 알아들을 수 없었고, 급히 녹음기를 켠 채 메모장에 적어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아쉽게도 녹음해 둔 파일은 사라져 정확한 수치나 어디가 안 좋은지 콕 집어 말할 수가 없다. 메모하는 내 손은 의사의 말을 따라가지 못했으니까.


 사실 듣는 내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의사의 입에서 하나둘 나오는 단어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메모를 열심히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었으니 어디 하나 안 좋을 수는 있겠지,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줄 알았던 토토와의 이별이 머지않았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확인 사살이 되어 돌아오는 것 같았으니까.


 토토는 산소방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며 퇴원은 뒤로 미뤄야 했다. 우리 자매는 토토를 병원에 혼자 둔 채 떨어지지 않는 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아침 해가 뜨고 사람들이 다 출근하는 길, 집으로 돌아가면서 엉엉 울었다. 토토를 이대로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함, 두려움, 심란함…….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정신으로 1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걸어왔는지 모르겠다. 온통 토토 걱정뿐이었으므로.


 퇴원은 당일 오후에 가능했지만, 그 후로 우리는 병원을 주기적으로 오갔다. 며느리발톱 하나 빠진 거로도 아파하는 엄살쟁이 토토인데, 매번 갈 때마다 피검사며 초음파까지 해야만 해서 안쪽에서는 비명 같은 짖는 소리가 들렸고. 난 수많은 강아지와 고양이 소리 중에서도 토토 소리를 단번에 알아차리며 오늘만큼은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매번 듣는 말이라고는 어디가 좋아졌지만, 이번엔 다른 쪽이 좋지 않다, 어디가 더 나빠졌다는 말뿐이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토토를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우리 자매는 돈을 버는 족족 다 토토에게 썼다.


 옥상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풀장이며 튜브까지 사서 물놀이도 즐겼고, 산책도 자주 했고, 옥상에 돗자리를 펴놓은 채 같이 누워있기도 했다. 우리 삼남매와 토토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사진도 전보다 더 많이 남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진보다는 영상을, 그것도 아주 긴 영상을 남겨두는 게 좋다는 생각뿐이다. 귀여운 순간을 찍어두는 건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그 이후에 남은 건 아쉬움 뿐이었으니까.


 멈춰진 사진과 움직이는 영상을 본다는 것, 소리가 없는 영상과 소리가 들리는 영상을 본다는 것, 그 차이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크다. 그리고 그걸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엄마와 우리 자매는 혹여나 자는 사이에 토토가 잘못될까 싶어 3교대로 돌아가며 잤다. 냉장고 앞에는 매일 알록달록한 종이가 붙어있었다.


 밥 먹은 시간, 물 먹은 시간, 돌아다닌 시간과 약 먹은 시간 등등 서로가 헷갈리지 않도록 토토에 관한 것들을 빼곡하게 적어둔 종이였다.


 우리가 그렇게 노력하는 동안에도 토토는 점점 쇠약해져 몸무게가 많이 빠졌다. 털도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듬성듬성 맨살이 드러났고, 잘 먹을 때는 6kg까지 나가서 돼지라고 놀리던 때도 있었는데, 3kg 조금 넘던 그때는 너무 가벼워서 한 손으로도 들 수 있을 정도였다.


 어릴 때부터 우리 가족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왔지만, 6월 24일 이후로 두 달만큼은 토토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우리들은 종종 말하고는 한다. 아마 토토가 우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가족과 헤어질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일 거라고. 하루아침에 떠나는 이별은 더 슬플 걸 알기에, 너무 갑작스러운 슬픈 이별이 되지 않도록 준비할 시간을 준 거라고 말이다.




※ 다음 편에서는 토토와의 마지막 하루, 8월 31일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전 06화1장. 만남 그리고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