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정리하기:남은 자의 시간> (1)
<나는 너를 품었고, 너는 나를 살렸다>
잊을 수 없는 날들을 기록합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다시 살아가게 한 온기에 대하여.
※ 이 브런치북에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별, 강한 감정 묘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토토가 떠난 집은, 너무 조용했다.
눈이 안 보이던 토토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해줬던 빨간색 리본 방울 목걸이의 딸랑거리는 소리도, 다칠까 봐 사방에 다 둘러둔 크고 작은 쿠션과 푹신하게 감싸둔 문도, 한결같았던 배변 패드 자리도, 마지막으로 먹고 가 말라비틀어진 사료만 몇 알 남은 비어버린 밥그릇도, 부딪힐까 봐 바닥만 보며 걷던 버릇도, 조심하고 찾게 되는 토토의 흔적들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 더 이상 토토가 없구나.’
그때 한 번 더 실감했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저걸 치워버리면 토토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두며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가족들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20살이 됐을 때부터 토토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언젠가 다가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나보다 토토의 수명이 짧다는 것을 성인이 된 후에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다.
하지만 막연히 상상하며 슬퍼하는 것과 현실이 되어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나중에 이 정도면 추억할 수 있겠지?’
눈, 코, 귀, 발…… 일단 카메라부터 들이대며 이것저것 찍어둔 사진이었는데, 전부 소용없었다. 17년을 함께 한 동생이 옆에 없는데 사진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만큼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별의 슬픔과 아픔은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었다.
첫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돌아와서는 울면서 잠에 든 게 다였다.
자고 있으면 어디선가 환청처럼 들리는 방울 소리와 타닥타닥, 바닥에 부딪히는 발톱 소리가 날 괴롭게 했다. 더 이상 토토가 없다는 걸 아는데 들리는 환청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차라리 잠이라도 오면 좋겠는데. 한 번 깨고 나니 잠이 오지 않아 토토 영상을 보며 울고 또 울었다. 누군가에게 들릴까 봐 이불 속에 숨어 이를 악문 채로.
토토를 떠나보낸 다음 날.
우리 자매는 같이 물놀이했던 작은 수영장이 그대로 있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더 이상 같이 놀 토토가 없으니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거였다.
유난히 파랗고 높다란 하늘, 우린 토토의 메모리얼 스톤을 조심히 옥상에 둔 채 울면서 정리를 했다.
토토랑 함께 옥상에 갈 때면 하늘이 유난히 푸르고 새하얀 구름으로 예쁘거나 노을이 지며 분홍빛으로 물들 때가 있어서 찍어놓은 사진들이 있었다.
‘이 또한 언젠가 추억이 되겠지?’ 하며 찍어준 거였지만, 그날만큼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
더 이상 토토가 곁에 없었으니까.
옥상에서 내려온 후부터 우리 자매는 예전부터 써온 핸드폰에 있는 토토의 사진과 영상을 미친 듯이 모았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흐려지기 마련이니, 흐려질까 봐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토토와 관련된 것들을 싹 다 모으는 데에만 집중했다.
사진을 고르고 또 골라 두툼한 뭉치가 몇 개나 될 만큼 인쇄까지 맡길 정도였다.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은 채 오로지 컴퓨터와 노트북 앞에 앉아 사진만 봤다. 당연히 얼굴은 눈물범벅이었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그런 날들이 며칠이나 반복되었다.
당시 나는 계약한 작품이 있었다.
토토와 관련된 것 외에는 삶의 의욕을 잃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계약을 해지해야 하나 싶었다. 계약을 무를 수만 있다면 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계약한 작품을 엎을 수는 없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울면서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썼다. 다디단 주인공 커플의 연애 과정이 눈물 속에서 나왔다는 건 나와 쌍둥이 말고는 모를 거다.
그나마 단편이었기에 망정이지, 장편이었다면 나는 지금까지도 아예 키보드를 놔버렸을지 모른다.
네가 자꾸 보여
난 어릴 적부터 눈을 감으면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 감고 무언가를 상상한다는 일 자체가 나에겐 불가능한 거였는데, 애석하게도 토토 얼굴은 잘 떠올랐다.
그래서 잠을 포기한 채 닥치는 대로 드라마며 영화를 봤다. 웃으면서 울고, 울면서 또 웃었다.
가출이 특기라 잡으러 다녔던 동네 골목이나 길을 걸을 수 없어 집에만 박혀있기도 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이 지나도 덜어지지 않는 슬픔에 차라리 토토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아니, 토토가 날 데리러 와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지금에야 생각해 보면 슬퍼하기만 해도 되는 시간 동안 날 너무 몰아붙인 게 아닐까 싶다.
힘들고 슬픈 만큼 조금은 쉬어도 됐을 텐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쉴 틈도 없이 몰아세우며 더 고통스러워했을까.
어쩌면 그 시간이 나에겐 추모가 아닌 독이 됐을지도 모른다.
※ 다음 이야기는 1-4 <정리하기:남은 자의 시간>(2)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