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정리하기:남은 자의 시간> (2)
<나는 너를 품었고, 너는 나를 살렸다>
잊을 수 없는 날들을 기록합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다시 살아가게 한 온기에 대하여.
※ 이 브런치북에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별, 강한 감정 묘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리하기
토토가 입던 옷이며 장난감, 밥그릇, 집에서 미용한 털, 하네스 등등.
17년을 같이 살아 토토의 물건은 큰 상자 하나를 다 채우고도 남았다.
3교대로 돌아가며 적은 종이 뭉치도 양이 꽤 됐다. 고작 두 달이었을 뿐인데.
어쨌든,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그 상자는 집에 있지만, 마치 판도라의 상자라도 된 것처럼 몇 번 열린 적 없다.
보고 싶은데 보고 싶지 않았고, 겉으로는 괜찮아진 것 같아도 토토가 남기고 간 흔적을 보면 눈물부터 터져버리니까.
파란빛, 분홍빛, 하얀빛……. 토토와 함께할 때는 세상이 온갖 예쁜 빛으로 빛났는데. 떠난 이후로 내 세상은 꼭 먹구름이라도 낀 것처럼 회색빛이 되었다. 마음은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의 심해처럼 가라앉고 또 가라앉았고, 등대 하나 없는 망망대해를 떠도는 것처럼 공허하기만 했다.
거창하게 썼지만, 쉽게 말해 그냥 죽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배를 채우고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시간이 지나도 토토와의 추억이 퇴색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차라리 이 기억을 간직한 채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나을 텐데’ 하고 바랄 만큼으로 말이다.
펫로스 증후군
그렇게 펫로스 증후군이 시작되었다. 청소년기에도 우울감이 많았던 나였기에 토토가 떠난 후에는 그 우울감이 더 심했다.
세상을 등져버릴 생각까지 했으니 말이다.
쌍둥이와 항상 하는 말은 살고 싶지 않다는 말뿐이었다.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던 존재가 없으니, 부모님과의 대화는 단절되었고, 무기력과 우울감에 빠져 나쁜 생각만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는데, 더이상 없다는 허탈함과 상실감, 그리움과 분노, 체념과 포기, 죄책감과 공허. 온갖 감정들로 피폐한 날들이 이어졌다.
유난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기분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공감하기 힘들 거란 걸 이제는 안다.
내가 우울해할 때면 항상 옆을 지켜주던 토토였기에 그런 감정이 눈덩이처럼 불어 나에게 더 큰 타격감을 줬다.
눈치가 빨라서 누나의 감정을 바로 알아차리던 토토의 존재가 그 당시의 나에겐 너무 간절했다.
이미 장례식장까지 가서 내 두 눈으로 확인까지 하며 보내줬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못 버틸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여자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면 자식 잃은 기분이고, 남자는 친한 친구를 잃은 기분이라고.
우리 집에는 여자가 셋, 남자는 하나다. 엄마와 우리 자매가 우울해하고 있으니 집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슬픔을 삼키셨겠지만, 여전히 티는 내지 않으셨다.
잠을 자면 꿈에선 토토가 나왔다. 꿈에서의 우리는 이전처럼 행복했기에 일어나면 베개가 축축하게 젖었다.
그래서일까. 꿈에만 매달린 채 잠만 자며 토토를 보고, 일어나면 또 한없이 들이차는 상실에 토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거의 일기 같은 독백이나 다름없는 글이지만, 토토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었기에 우울하든 힘이 들든 나는 미친 듯이 편지에 매달렸다.
한동안은 그 좋아하던 글에서도 손을 뗀 채 말이다.
말로만 듣던 펫로스.
과연 내가 겪을까 싶던 그 펫로스.
그걸 경험하면서 토토는 그만큼 우리 가족에게, 그리고 나에게 큰 존재라는 걸 실감했다.
펫로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조금 무뎌질 뿐이지.
그 무뎌짐은 일상생활은 가능하게 하지만, 또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 같다.
지금도 여전히 난 지독한 펫로스와 토토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으니까.
나중에 토토를 만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좁은 세상에서만 살던 내가 토토 덕분에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었다고.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또, 우리 가족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할 수만 있다면 다음에도 또 우리의 가족이 되어달라고.
※ 다음 이야기는 2장 빈자리 옆, 새로운 자리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