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겸 Feb 22. 2022

팬데믹 이후의 도시는 지속 가능할까?

열아홉 번째 책 /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리처드 플로리다 作


2019년 12월에 중국 우한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이듬해 3월에 뉴욕시를 휘덮자 뉴욕시는 시민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즉각 도시를 셧다운하고 재택근무를 명령했습니다. 도시 활력에 윤활유 역할을 했던 여행, 관광, 숙박, 교육, 도소매 등의 서비스업도 직원을 내보내고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당연히 뉴욕시의 활기는 급격히 수그러들었는데요. 그야말로 뉴욕시는 텅 빈 도시 그 자체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텅빈 뉴욕 도시 낮모습

 그러자 뉴욕의 고임금 재택근무자의 일부가 다른 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전염의 위험을 회피하려 한 것도 있었지만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해진 탓도 있었죠. 사무 공간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공간도 필요해진 것이죠. 팬데믹 이전에 이들은 직장과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면서 높은 주거비(임대료)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재택으로 인해 직주근접의 니즈가 사라지자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으면서 웬만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로 이주를 하게 된 것이죠. 반면에 이들이 남긴 자리를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이 메꾸었습니다.


출처 : Zillows

미국의 위치 분석회사 ‘유나캐스트(Unacast’)가 2020년에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뉴욕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 순 유출은 7만 명(유출 357만 명, 유입 350만 명)이며, 이로 인한 수입 손실은 약 340억 달러라고 했습니다. 언뜻 보면 뉴욕시가 해체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나 이러한 인구 순 유출과 경제적 순손실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자 뉴욕시장은 공공서비스 예산을 삭감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연방정부로부터 재정을 공급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도시는 해체되는 것인가?


저도 같은 생각을 했고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의 도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읽은 책이 토론토대학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2017년에 출간한(한국은 2018년 번역 출간) ‘The New Urban Crisis’(번역 출간은 ‘도시는 왜 불공평한가’)입니다. 플로리다 교수가 책을 통해 일관적으로 강조한 것은 도시에 인재, 기술, 다양성이 집중되어 도시의 규모와 밀도가 커질수록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지만 동시에 승자독식(Winner-Take-All)으로 인한 불평등의 수준도 그만큼 커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승자독식과 불평등은 소득, 임금, 인종, 공간, 사회경제 및 도시 별로 격화되면서 분화되어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플로리다 교수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최근 출간된 경제 관련 서적이나 미국 미디어에서도 양극화 심화와 중산층 붕괴 문제를 항상 지적합니다. 양극화 문제는 중산층의 붕괴이자 계층 간의 이동 사다리가 영구적으로 치워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빈자는 더 가난해지는 것이죠.


게다가 2020년 3월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국의 자산시장이 급락하자 미국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시절보다 더 많은 수준의 유동성을 시장과 민간에 공급했습니다. 덕분에 자산시장의 붕괴 위기는 넘겼지만 양극화는 보다 더 심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도시의 쇠퇴를 부르는 위기이죠. 역사적으로 항상 이런 시기에는 최하위 계층의 분노가 작은 사건에 트리거가 되어 보다 크고 다양한 형태의 행동으로 부자들에게 표출되곤 했습니다.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혹은 폭력적이든 비폭력적이든 말이죠. 현대의 대표적인 미국 예가 2008년도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입니다.

들라쿠르아 작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 1830년 7월 28일

결국, 지금 이러한 도시 위기는 도시화 집중이 성장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평등도 함께 낳고 있다는 것이죠. 진보와 성장이 종국적으로 불공평과 불평등을 낳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컬합니다. 아무튼, 팬데믹 이전의 도시화 방법으로는 지금의 이러한 도시 문제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이 책이 과거에서 던지는 셈이죠.

파리드 자카리야

다시 돌아와서, 과연 도시는 해체될까요? 결론은 ‘아니오’입니다. 도시는 해체되지 않을 거예요. CNN의 ‘파리드 자카리야 GPS’의 호스트이자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인 ‘파리드 자카리야’의 최근 저서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에 따르면 사람들은 전염병을 피해 도시를 떠나기는 했지만 전염병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다시 도시에 몰려들었습니다. 도시의 역사에서 전염병으로 인해 도시가 쇠퇴를 한 적은 있지만 도시가 해체된 적은 없는 셈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더 나은 도시를 위해 연구하고 도시를 성장시켰습니다. 프랑스 파리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는데요.


파리 빈민촌 모습 / 출처 :  네이버

18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프랑스의 농민은 파리로 몰려들었습니다. 한정된 주거와 녹지 환경에 농민들이 몰려들자 조악한 건물이 늘어나고 녹지를 줄어들었습니다. 위생은 형편없었고 센느 강의 오염은 지속적으로 나빠져서 깨끗한 물공급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러자 1832년 콜레라가 파리를 덮칩니다. 그 이후 나폴레옹 3세가 도시구조 개혁을 단행하고 이 사업을 오스만 남작에 맡깁니다. 오스만 남작은 도로와 철도 체계, 녹지와 미관, 위생과 하수도 등을 개발하여 2류 도시였던 파리를 근대화된 1류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카리야가 지적했듯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서로 섞이는 곳을 좋아하며, 유현준 홍대 건축과 교수도 여러 강연과 그의 책에서 짝짓기를 인간의 본능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의 도시화 방식으로는 도시의 성장은 만무하고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 플로리다 교수는 지속 가능한 도시화를 위해 성장, 분배 및 사회안전망을 통한 더 나은 도시화를 주장합니다. 책에서 보인 그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유익한 일자리 클라스터 건설

2) 급진적이지 않고 유연한 토지이용과 주택건설 규제 혁신

3) 도시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4) 적당한 가격(Affordable Price)의 임대주택 건설

5) 최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역소득제도

6)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임금 직업의 중산층화

7) 장기적인 인재와 지역 투자


위와 같은 그의 주장을 팬데믹 이전에 읽었다면 다소 급진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팬데믹은 실험적인 발상이거나 실패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을 사람들로 하여금 하도록 강제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재택근무’와 ‘주 4일제’이지요. 이제 집에서 주 4일을 일해도 팬데믹 이전보다 나은 생산성을 보입니다. 물론, 대면이 필요하고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업종은 당장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의 심해진 구인난과 대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은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으면 그의 주장이 허무맹랑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지적한 문제 보다 도시를 더 큰 위기로 빠뜨리는 시급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짧아진 전염병 주기’과 ‘기후재난’입니다. 많은 보건 및 환경 전문가들은 전염병과 기후 위기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앞으로 기후 위기에 영향을 받아 전염병의 주기는 더 짧아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결국, 앞으로 성공하는 도시는 팬데믹 이전의 도시화를 따르지 않는 도시 일 겁니다. 콜레라로 인해 파리가 1류 도시가 된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도시는 한 단계 더 변모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절대 쉽지 않을 것이고 수많은 반대와 저항에 부딪힐 겁니다. 성장의 과실을 독식하지 않고 분배하는 체계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적 수완을 넘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고, 그 과정에 진통과 갈등을 불가피할 것입니다. 게다가 전염병과 기후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위기도 큰 도전과제로써 우선순위 맨 앞에 올라와 있으니까요. 과연 앞으로 한국의 도시들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의 도시들은 충분히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고 있을까요? 플로리다가 지적한 이슈와 솔루션이 한국의 도시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뭘까요?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제가 언급한 이외에 더 많은 것들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부동산 투자, 도시 행정, 건축, 조경, 건설 등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 Fin -

※ 글과 사진은 동의를 받지 않고 상업적인 용도 사용 및 무단 게시/편집하는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에 따라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 비평, 교육, 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세사기,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