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위에 이렇게 제가 바라는 마음을 팔고 계신 판매자님을 마음 마켓에서 딱 마주치다니, 이건 천운이 아니고 뭐겠어요!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제 여름을 시원하게 해 주셨습니다. 아, 참 덕분에 행복한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판매자님께서, 구매를 희망한다고 메세지 드렸더니 이렇게 말씀해주셨더군요.
-이 마음을 덜컥 구매하신다니 저야 감사한 일이지만, 어떤 구매 희망자께서는
제가 구체적으로 이 마음이 맞냐고 질문하자 스스로 답을 내리시고는 구매를 철회하셨습니다.
저는 그래서 앞으로 반품 불가라는 불가피한 말을 전할 수 밖에 없네요.
떠나보냈던 마음이 되돌아왔을 때의 기분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먼저 제게 말해주시겠습니까? 구매자님께서는 어떤 마음을 찾고 계신지요.
아아- 정확히 이해합니다. 내가 정리했던 마음이 되돌아온다니, 이 얼마나 마음 찢어지는 일입니까! 아, 하지만 제가 장담컨데 저는 그 마음들을 모두 모아 한 사람에게 전해줄 예정인지라 절대로 반품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가능하다면 마음에 수신자를 붙여서 하나로 몽땅 뭉칠 수는 없나요? 저, 지금 진심으로 그 모든 마음 필요합니다. 저에게 말고, 저는 이미 그런 마음으로 한 여자를 보고 있습니다. 아 이거 저도 모르게 짝사랑을 고백해 버렸습니다?
와하하. 저를 위한 마음을 그 여자분께서 갖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방에 몰래 넣어 보려고요. 아아- 이러면 언젠가 그 가방을 연 여자분께서 '엇, 이건 뭐지? 궁금한데 일단 마음 안에 넣어 볼까?'할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설마 그걸 버리기야 하겠어요.
그, 몇 가지로 좀 추려 봤습니다, 킁. 제가 원하는 것 말입니다! 아마 판매자님께서는 제 목록을 보시고는 '아 이 자식 보게? 딱 맞는 구매자잖아!'하고 무릎을 탁 치실 겁니다- 아 정말요. 믿어도 좋아요.
1.저를 봐주는 사랑!
아 사랑입니다. 그녀는 전혀 저를 봐주지를 않아요
. 제가 그녀가 [뭐해?]한마디만 던지면 모든 걸 내던지고 이미 그녀 회사 주위 카페에 가 있다는 걸 평생 모를 눈치입니다. 그래서 저를 봐주는 마음이 꼭 필요합니다.
2. 나에게 보여주는 미소
그녀는 가끔씩 하늘을 보고 웃습니다. 꽃을 보다가도 웃어요. 가만히 책을 읽다가도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그런데 나를 보고서는, 그렇게 똑같지 웃어주질 않습니다.
상쾌하게 웃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하늘이나 땅을 보고 쓸쓸한 듯이 웃는 그녀의 옆모습에 내가 처음 반하긴 했습니다만, 욕심이 생깁니다. 나를 보고서는 쾌활하게 웃어주었으면 좋겠달까요?
3. 나 없을 때에도 날 생각하는 시간
내가 짜잔! 하고 나타나거나 연락을 계속 하질 않으면 그녀는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갑자기 사라지곤 합니다. 난 그게 참 불안해요. 그런 시간들 속에 그녀는 날 기억할까요?
나를 잠깐이라도, 단 10초라도 좋으니 하루에 한 번은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꾸 나는 선물을 줘요. 집에 놓을 꽃부터 그녀가 좋아할 책까지. 아 덕분에 책 한 권 읽지 못하던 내가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기에 화장실에서 똥을 싸면서도 억지로 결국 읽고서는 뿌듯해져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녀가 나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에 나도 같이 흔들고 책을 그녀 가방에 쏙 넣고는 도망쳤습니다.
4. 속 시원히 터놓는 속마음
그녀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단순한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난 그냥 카페에서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나- 무슨 글을 그렇게 쓰나- 혹시 내 이름 앞에는 어떤 형용사가 붙을까- 가만히 기다릴 뿐입니다. 물론 궁금하다고 화장실에 갔을 때 몰래 들춰보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 그녀가 내게
-당신은 내게 이런 사람이에요.
하고 말해줄 때를 기다릴 뿐입니다.
또 한 번은, 그녀가 알고보니 어지럼증이 심해져 길가에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화를 냈습니다. 그 때도 나랑 메세지로 연락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왜 아프다고 말을 안 했냐! 나는 너무 걱정됐다! 했더니 글쎄 뭐라고 했냐면
-아, 미안해요. 하지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당신이 여기까지 온다고 할 까봐.
라며 병실에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당연하죠! 난 바로 거기에 갔을 겁니다. 이미 119에 실려간 그녀의 핸드폰을 주운 소방대원이 최근 목록에서 날 찾지 못했더라면, 그래서 그 분께서 [안녕하세요. 최근에 통화하셨던데 보호자 맞으십니까?]라고 묻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 모든 상황조차 내게 말 한마디 없었을 겁니다.
나, 정말 그 땐 좀 속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모든 마음을 소소히 다 알고 싶습니다.
5. 일상
그녀의 일상이 나는 너무 궁금합니다.
-아, 미안. 나 책 좀 보느라.
-아, 미안해요. 나 씻고 글 쓰느라.
늘 이런 연락이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잠잠했다가 불쑥 내게 찾아옵니다.
나는 책도 보고, 글도 쓰는 그녀가 참 좋습니다. 하지만 무슨 책을 읽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나야 뭐 글도 싫어하고 복잡하게 쓰인 책은 더더욱이 싫어하지만 그녀에 대한 모든 일상을 알고 싶다고요! 그래서 그녀의 일상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판매자님께서 말씀하신 그 마음가짐에 모두 들어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제가 판매자님의 마음이 모두 그녀에게 쓰고 싶은 한 가지 감정이라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자신합니다. 그러니, 제게 제발 팔아주십시오. 원한다면 돈은 더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