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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Sep 13. 2021

눈을 감고 순간을 채우다

두가지 세상

눈을 감으면 보이는 세상이 있어. 세상을 살아갈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눈을 감으면 온 세상이 어두워지면서 보이는 것들이 있어. 밤하늘의 별들, 배경음악이 되어주는 풀벌레 소리들, 나의 영혼을 녹이는 불멍, 내 안에서 폭발하는 감수성들, 자신을 봐 달라고 뛰쳐나오는 욕구들, 살고 싶다고 외치는 목소리들, 너무 힘들었다고 푸념하는 눈물들, 그 마음을 위로해주는 앞서 말한 따스한 자연이라는 존재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들과 자주 함께 하고 싶지만, 내가 놓인 현실은 계속 달리라고만 해. 지금까지도 열심히 달려왔는데, 내가 달려온 것들은 보지 않고 계속 달리래. 언제까지 달려야만 하는 걸까. 이제는 좀 쉬고 싶은데, 눈을 뜨는 순간 나는 또 달려야만 해. 삶이라는 것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내가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인생은 이런 인생이 아니야. 이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인생이 아니라고.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인생인데, 세상은 나를 계속 쪼아대고, 재촉하고, 채찍질하고, 무언가를 뺏어가지. 현실과 싸워가며 나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지만, 그럴수록 세상은 더 혹독하게 다가와. 원하는 세상을 향해 다가갈수록 내가 속한 현실로 나를 계속 끌어내려.



누군가는 세상이 참 따뜻하다고 말하지. 도대체 어딜 봐서 세상이 따뜻한지 잘 모르겠어. 내가 살아낸 세상은 매 순간 잔인했고, 나를 아프게 했고, 이제는 좀 행복질 줄 알았는데, 이제는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살만해질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나 좀 봐 줄줄 알았는데, 근처에도 가지를 못해. 도대체 세상이라는 존재가 무엇이기에 나에게 이렇게나 잔인한 것일까. 밤하늘의 별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 길을 걷다 발견하게 되는 풍경,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들은 참으로 따뜻한데, 정작 이 모든 것들이 존재하는 세상은 차갑기만 해.



그렇게 차갑기만 한 세상으로부터 도망치고자 눈을 감아보면 내게 보이는 세상이 있어. 그 세상은 참으로 따스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스한 온도. 그 속에서 나는 내가 되고, 별은 반짝이고, 풀벌레는 합창을 하지. 꿈을 꾸는 것만 같은 순간들, 그 순간들로 나를 채워가며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아.



하지만 꿈은 깨기 마련이고, 나는 현실 속을 살아가지. 그게 더 아프고 슬프게만 다가와.

하지만 행복했던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다시 한번 더 느끼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들고 싶어.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잊지 않고, 꿈을 꾸러 가. 꿈들을 계속 생생하게 꾸다 보면 언젠가 현실이 될 거라고 믿어. 그러니 계속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나아가 줘. 어느 누구도 듣지 않을 것 같은 목소리지만, 너만은 네 안의 목소리를 듣고 널 기다리고 있는 꿈을 향해 나아가 줘. 그 과정이 아플 수도 있겠지만, 꽃이 아프게 피어나고 나무가 세월은 안고 성장하듯 잘 이겨내어 네 안의 작지만 소중한 꿈과 만날 수 있기를 바라.



https://www.youtube.com/watch?v=5a-tqIQc8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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