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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Apr 12. 2019

돈 되는 아이디어의 비밀

비틀스는 알고 한 것일까?


화려하면서 심플하게
따뜻하면서 도시적이고
아날로그 하면서도 모던한 감성,
왜 그런 느낌 있잖아



이렇게 말하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당신은 어떻게 할 텐가. ‘뭔 X소리야!’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알 듯 말 듯한 느낌에 휩싸여 짜증이 난다면, 아마도 당신의 좌뇌와 우뇌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서 말이다.   


제목부터 솔깃한 앨런 가넷의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은 세계를 사로잡은 ‘빅히트 아이디어’의 창작 비밀을 풀어낸 책이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작품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는 저자. 그 핵심은 ‘진상 맞게도’ 친숙하면서도 색다름에 있다고 한다. 이 모순되는 가치에서 창의력이 솟아난다고 하니 미심쩍긴 하지만 창의력을 요구하는 업을 가진 나에게 어쩌면 큰 도움이 될지도 몰라 열심히 읽어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사실 여는 순간 완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사람을 현기증 나게 만드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그것은 저자의 ‘액트 브레이크’였음을 깨달았다. 마치 중간광고 같은 효과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물리적 제약은 작품을 더 창의적이게 만든다고 한다. (성격이 급하다면 PART 2 만 보는 걸 추천한다.)


      생각이 돈으로 변하는 비법?
이런 식으로 말을 끝내니 현기증이 날 수밖에


폴 매카트니가 꿈에서 계시를 받았다는 명곡 'Yesterday'나 모차르트의 천재성 예시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한 순간의 영감이 아닌 치열한 노력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다는 건 웬만큼 알려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특별한 영감은 아주 극소수의 천재들에게만 오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게 편하니까. 나는 어차피 그들처럼 될 수 없으니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리화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먹고사니즘이 해결돼야 창의성이 꽃핀다?

나에게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러한 천재의 탄생신화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고, 그것은 ‘경제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는 점이었다. 대학교연구팀도 보조금이 있어야 연구를 하고, 음악가도 콘서트홀을 찾는 청중이 있어야 한다. 물질적 부와 경제적 자신감이 창의성의 보이지 않는 후원자라는 셈. 그래서 저자는 창의성은 경제가 성장할 때 꽃을 피운다고 한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거장이 등장한 르네상스 시대를 예로 들며, 이탈리아의 경제적 황금기와 예술의 황금기가 일치함을 증명했다. 꽤 수긍이 갔다. 창의적인 작품이 정말 ‘위대한 작품’이 되려면 대중에게 받아들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타이밍이 중요한데, 저자는 ‘크리에이티브 커브(Creative Curve)’라 불리는 곡선에서 그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달콤한 ‘스위트 스폿’이라 불리는 상승곡선에 해당하는 작품을 내야 한다는 거다. 타이밍의 중요성을 설파했던 <언제 할 것인가>의 저자 다니엘 핑크가 추천하는 책답다.      



너무 친숙하면 곧 진부해져 버린다. 스위트 스폿은 친숙함과 색다름 사이 어느 곳이다. (친숙함은 세월의 흐름이 아닌 노출 빈도를 뜻한다.)


인간의 본능을 활용하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친숙한 것을 좋아할까? 저자에 따르면 '안전'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존 본능은 위험을 피한다. 친숙하다는 뜻은 노출빈도가 높다는 것이고 나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관심을 갖아도 안전하다. 그렇다면 색다름은 왜 필요할까? 인간에겐 생존본능과 함께 '보상' 본능이 함께 작동한다고.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어 보이면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해 우리 뇌의 쾌락 신경물질인 도파민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생존을 위해 친숙한 걸 선호하지만 마냥 친숙하기만 하면 흥미가 떨어진다. 색다름이라는 '밀당'이 있어야 한다!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려면 이 균형이 중요한데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잘 활용한 아티스트의 예로 비틀스가 등장한다. 비틀스의 음악은 크게 3단계의 변화를 거치는데 이 음악의 형식적인 구조를 분석해보면, 딱 사람들이 질려할 때쯤 그들이 실험(색다름 추구)을 멈추었다고 한다.


팝 - 실험기(환각적/동양적) - 팝의 단계를 거치는 비틀스 음악


비틀스가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알고 이러한 변화를 의도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우리는 성공한 아티스트 비틀스도 활용했다는 창의성 비법 4가지를 기억해두는 게 좋겠다. 


그 비법은 소비, 모방, 창의적 공동체, 반복이다.  

     

먹은 만큼 싼다

'소비'는 연료다. 시간을 들여 관련 분야 정보를 흡수하고 내 머릿속에 일종의 알고리즘을 만드는 작업이다. 비디오 가게 알바생이었던 테드는 가게 안의 모든 영화를 씹어 삼키고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대부분의 성공한 창의적 예술가들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최소 20%는 자신의 관련 분야에 시간을 쏟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이 아이디어가 먹힐지 안 먹힐지(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어디쯤 해당되는지) '알아채기'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관련 분야를 제대로 알아야 친숙함과 색다름의 경계를 파악할 수 있다. 먹은 만큼 싸고, 소비가 있어야 생산을 한다.

     

가로막으면 더 나아간다

인기가 있는 작품은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모방'을 하는 것도 좋다. 저자는 패턴 중의 하나로 앞서 말했던 '물리적 제약'을 이야기했다. 미국 인기 시트콤들이 3막으로 구성돼 있는 이유는 중간광고 때문이었다. 이유야 어쨌든 그 형식에 맞게 극을 짜야했고 바로 그 점이 창의성의 재료가 됐다고 한다.


방송작가인 나 역시 '분량'이라는 제약에 항상 브레이크가 걸렸다. 촬영한 건 산더미인데 40분 안에 무조건 이야기를 엮어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덜 중요하고 덜 재밌는 것 위주로 쳐내야 한다. 절대 이 내용은 빠져선 안돼! 했던 것도 막상 덜어내 보면 군더더기였음을 깨닫는다. 덜어 내다 보면 내 나름의 공식도 생긴다. 예를 들어, 40분 동안 5가지를 보여주려고 촬영했는데 편집해보니 50분이 넘게 나왔다. 그러면 5가지에서 야금야금 덜어내다가는 밤을 새도 답이 안 나온다. 그냥 하나를 통으로 덜어내고 4가지만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제약은 결단하게 하고, 비틀어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제약과 같이, 다양한 패턴이 담긴 기존 작품의 모방은 우리에게  '친숙한 틀'을 내어준다. 


함께 가야 높이 뛴다

'창의적 공동체'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방법을 다룬 히스 형제의 책, <순간의 힘>의 내용 중 '교감'을 떠오르게 한다. 결국 혼자서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성공하는 패턴을 알려줄 스승(마스터 티처), 나의 단점을 보완해줄 친구(상충하는 협업자), 동기 부여하는 라이벌(모던 뮤즈), 아낌없이 내어주는 전문가(유명 프로모터)까지. 4가지 인간관계는 창의적인, 이 책에서 말하는 '돈이 되는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마지막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점검해 거듭 수정을 '반복'함으로써 작품의 히트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수정은 어설펐던 초안을 걸작으로 만들기도 한다. '모든 문서의 초안은 끔찍하다'라고 말했던 헤밍웨이 역시 <무기여 잘 있거라>를 39번이나 고쳤다고 하지 않았던가.


방송의 피드백은 시청률이다. 제작진은 피고름을 짜내어 만든 방송이 방영된 다음날, 성적표와도 같은 '분당 시청률'을 받게 된다. 1분 단위로 오르내리는 시청률 그래프의 흐름을 보면 어떤 부분에서 시청자가 들어오고 이탈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석들이 쌓이게 되면 소위 '대박'치는 아이템과 구성의 요건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을 찍어내기에 바쁜 제작진은 대부분 시청률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분 단위로 끊어  시청자의 반응을 분석하는 방송 프로그램 시청률(예시)


4가지 법칙을 통해 내린 나의 결론은 이렇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IQ가 높은 천재나 특별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탄생시킨다.


창작가들은 여정을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의 아이디어가 인기의 종형 곡선 중
어디쯤 자리를 잡을지 알아야 한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함께 생각해볼 문제
Q. 나는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4가지 법칙 중, '모방'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나? 해봤다면 그 결과는?Q. '크리에이티브 커브'에 허점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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