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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Apr 08. 2019

하마터면 대충 살 뻔했다

적당히 살면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


보통,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을 서사구조의 정석처럼 말한다. 하지만 인생은 보다 복잡하고 오묘해서일까? 조직행동 전문가인 칩 히스·댄 히스 형제는 우리 인생을 매 순간 ‘절정’으로 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은 인생 매 순간이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니 우리는 이 책에 주목해야 한다. 책 <순간의 힘> 말이다.


씽큐베이션 독서모임, 두 번째 책 <순간의 힘>


대충 살면, 인생에 절정은 없다!

몇 년을 주기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정서가 있다. 최근에는 ‘대충 살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까?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식의 냉소적이고 자기 위안적인 정서가 호응을 얻고 있다. 늘 남의 눈치를 보고, 경쟁에 지친 우리에게 일부 필요한 부분이긴 하나 적당히 살면 저자의 말처럼 ‘절정’을 맞이할 수 없다. 적당히 살면 당장 몸은 편하다. 하지만 인생 전반이 지루하고 공허해진다. 운동선수로 비유하자면 평생 동안 연습만 하다가 경기 한 번 못해보고 끝나는 꼴이다. 인생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지려면 반드시 ‘실전 경기’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저자는 인생에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4가지 핵심 요소로 <고양>, <통찰>, <긍지>, <교감>을 꼽는다. 중복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이 네 가지 중 하나를 포함한다고 한다. 이해하기 편하게 각 개념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짚어보자.   


<결정적인 순간을 만드는 핵심 요소>
고양- 추억의 물건, 러브레터, 티켓 조각
통찰- 글, 사상
긍지- 상장, 성적표, 우승컵
교감- 결혼사진, 여행사진, 가족사진     


<고양>은 한 마디로 잊지 못할 개인의 추억이다. <통찰>은 나의 생각을 뒤집어엎는 어떠한 깨달음이다. <긍지>는 노력에 뒤따른 보람, <교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너지로 나는 이해했다.     


스쿠터를 타자!’

나는 이 네 가지 중 의식적으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려고 했던 경험이 생각났다. 두 달 전 남편과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을 갔을 때였다. 우붓 시내에서 꽤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는 바람에 이동이 너무 불편했다. 택시를 타면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간을 뺏겼다. 우붓 시내에 행렬을 이루는 기동성 좋은 오토바이들이 눈에 띄었다. ‘스쿠터를 타자!’ 나는 남편을 설득했다. 편리하기도 하겠지만 사실 재밌을 거 같아서였다. 우린 둘다 운전은 할 줄 알았지만 스쿠터 경험은 없었다. 보다 겁이 30배 정도 많은 남편은 예상대로 반대했다. 조르고 졸라 결국 숙소에서 스쿠터를 빌렸다. 숙소 마당에서 스쿠터 연습을 했다. 나는 분명 오른쪽 핸들을 지그시 돌렸을 뿐인데 몸이 붕 떠서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다. 숙소 주인은 놀라서 안 되겠다며 날 내리게 했고, 나보다 30배 정도 침착한 남편이 시도해봤다. 좀 나았다.

 

우린 어차피 빌린 거 해보자며 스쿠터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점점 차들이 많아졌고 남편의 뒤에 매달린 난 두려움에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유턴 구역이 나오자 갑자기 스쿠터를 세우는 남편. 나는 긴장이 역력한 남편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나.. 내릴까? 역시 그게 편하겠지?” 나는 내린 다음 걸어서 유턴구역을 돌았고, 남편은 비장한 표정으로 5분 동안 차들이 모두 사라지길 기다렸다. 바로 지금이다! 드디어 유턴 성공. 나는 다시 그의 뒤에 올라탔고 무사히 30여분 만에 시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뜨거운 날씨에 둘 다 긴장까지  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얼굴은 매연에 절은 구정물이 흘렀다. 남편은 다신 스쿠터를 안 탄다! 며 나를 나무랐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우린 ‘발리 여행’을 떠올리면 스쿠터를 타고 달리던 그 도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 둘에게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거다.


'결정적인 순간'을 남기고자 _발리에서의 스쿠터 연습!


우린 <고양>의 3요소  두가지인 '위험 보상 높이기', '각본 깨뜨리기'를 몸소 실천했다. 좀 더 나은 이동 방법을 찾기 위한 생산적인 압력에 시달렸고 긴장을 했다. 그리고 무경험이라는 각본을 깨뜨리고 스쿠터 운전을 했다. 한껏 ‘고양’이 된 것이다. 여기에 '감각적 매력 증폭'이 더해지려면 라이더 재킷을 입었어야 했나? 30도가 넘는 날씨였으므로 이쯤에서 만족하자.

     

나이가 들수록 운동과 병행해야 하는 '이것'

<긍지>를 느끼게하는 도구 ‘이정표’의 개념도 기억해두자. 책에 따르면 보통 사람은 18, 21, 30, 40, 50, 60, 100세에 특별한 의미 부여한다고 한다. 나이를 주기로 결정적인 순간을 창조한다는 거다. 나이 들수록 시간 빨리 가는 이유는 초등학교, 대학교 입학, 취직, 결혼, 출산과 같이 인생의 절정의 순간들이 초반부에 몰려 있어서라고 한다. 인생 후반에 갈수록 특별한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그날이 그날 같아서 라는 거다.

그런데 책에 나온 이유 외에도 또 다른 근거를 보태는 한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미 듀크대 기계공학 교수 애드리안 베얀(Adrian Bejan)은 세월과 함께 뇌의 신경망이 성숙해지면, 즉 신경망의 크기와 복잡성이 커지면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가 더 길어진다고 한다. 또 신호전달 경로도 나이가 들면서 활력이 떨어져 신호의 흐름이 둔해진다. 이런 신체 변화는 총체적으로 새로운 심상(mental image)을 습득하고 처리하는 속도를 떨어뜨린다.


한 마디로 뇌가 늙어서(성숙해) 똑같은 시간이라도 어른이 받아들이는 이미지가 어린이가 받아들이는 양보다 더 적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자신이 인지한 이미지가 바뀔 때 시간의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에, 감지한 이미지가 더 적은 어른이 시간의 흐름을 더 빠르게 느낀다는 게 베얀의 설명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건강한 노후를 대비해 운동을 챙겨하듯, 늙어가는 뇌를 위해 결정적인 순간을 창조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적잖이 당황하게 될 것이다. '이정표'를 좀 더 촘촘히 짜면 도움이 된다. <긍지>의 순간을 더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예시로 나온 게임중독자, 캄의 이정표를 보자.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었던 캄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략을 차용해 목표를 '레벨업'했다고 한다.

 

이정표를 늘려 절정을 창조하는 방법의 예 _ <순간의 힘>  p.187


나는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사람이므로 글쓰기 고수되기를 목표로 레벨업 단계를 세워봤다.

     

게임명: <글쓰기 고수되기>

레벨 0      브런치 글쓰기 시작 (2019.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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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이 까마득해 보이지만 보기만 해도 설렌다. 레벨 단계를 적어보는 것만으로 동기부여가 된다. 나의 결정적인 순간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은 지금 바로 ‘구독’ 버튼을 눌러주길 바란다. ;)


책의 <교감> 편에 나오는 '사명감'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사명감이 열정보다 3배 이상 압도하는 성과를 낸다고 한다. 즉, 열정이 부족해도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 반대의 사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 열정은 개인적이지만 목적은 모두가 공유해 사람들을 결속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내가 두 달 전 퇴사를 결심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사명감 부재 때문이었다. 내가 하는 일을 좋아는 했지만 누군가를 이롭게 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열정은 있었지만 사명감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열정을 넘어서 사명감을 느낄 만할 일을 찾아가는 중이다. ‘결정적인 순간으로 가득한’ 나의 인생을 위하여!

     

우리는 뭔가가 확실할 때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서프라이즈>



*함께 생각해볼 문제
Q. 결정적 순간을 만드는 고양, 긍지, 통찰, 교감 중  가장 강력한 요소(King of King)는 무엇일까?    

Q. 나에게 이 네 가지가 모두 포함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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