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산 지 6년이 넘었지만 뒷유리에 붙인 '초보운전' 스티커를 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동안 운전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김포까지 왕복 5시간 거리를 운전하며 강의를 다니기도 했고, 1년 넘게 자차로 출퇴근한 적도 있다. 그런데도 떨린다. 운전대만 잡으면 첫눈에 반한 이상형을 만난 것처럼 미친 듯이 가슴이 뛴다. 얼굴은 벌게지고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어느 날은 차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났다. 안 그래도 긴장되어서 라디오도 끄고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불길한 소음이 계속 신경이 거슬렸다. 신호등이 멈출 때마다 차 안을 살펴보고 뒤도 돌아보고 했다. 문제점을 찾지 못하고 다시 운전을 시작하려는데 이상하게 왼쪽이 허전하다.
어? 차 문을 안 닫고 달렸네.
어느 날 밤 퇴근길이었다. 차로를 바꾸려는데 뒤에서 빵! 하는 경적음이 울렸다. 콩알만큼 작아진 심장을 소중히 부여잡고 나는 의아했다. 분명히 뒤에 차 없는 거 사이드미러로 확인했는데 이상하다. 언제 차가 나타난 거지.
어? 사이드미러가 접혀있었네.
사이드미러가 접혀서 창밖이 까맣게 보이던 것인데 밤이라 까만 줄 알았다.
어느 날은 아무리 엑셀레이터를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오른쪽 다리에 힘을 꽉 주어 밟았지만 시속 60킬로미터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마치 엑셀 사이에 돌멩이라도 낀 것처럼 뻑뻑했다. 차가 고장이라도 났나. 엎친 데 덮친 격, 어떤 차가 계속 나를 추격하면서 경적을 울려댔다. 나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무서워서 차로를 바꿔가며 그를 피해 질주(?)했다. 겨우 집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동을 끄고 사이드기어를 채우려는데.
어? 이미 채워져 있네.
사이드기어를 잠그고 한 시간을 달리는 바람에 자동차 부품이 다 탔다. 수리비가 100만 원 넘게 나왔다. 블랙박스를 확인하니 나를 추격한 차주는 연기가 나는 내 차를 보고 위험을 알려준 고마우신 분이었다.
위 에피소드는 내가 장롱면허를 꺼내고 모두 한 달 안에 일어난 일이다. 지금은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하지 않는다. 그럼 뭐 하나, 운전은 해도 해도 정말 두렵다. 이제는 운전을 곧 잘하는데 그렇다. 그래서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타는 날도 많다. 차로 가면 30분 거리를 1시간 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한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공포를 이겨내는 법'을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거미를 보면 졸도를 할 만큼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 매일 거미를 보는 시간을 차츰 늘리고, 계속 반복하자 마침내 거미를 만지는 데까지 성공했다는 놀라운 이야기. 나는 그 글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 실제로 강의 공포증을 극복했다. 사실, 나는 남들 앞에 서는 일에 공포가 심했다. 하지만 거미 공포를 이겨낸 사람처럼 계속 반복하다 보니 괜찮아졌다. 이것은 내 인생의 신조가 됐다.
'무엇이든 계속하면 익숙해진다'
'공포는 반복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을 깨뜨린 것이 운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운전을 포기할 수 없다. 속으로 울면서 운전한다. 신념을 지키고 싶다. 몇 살쯤 가능할까. 만약에 죽을 때까지 극복하지 못하면 거미 공포증 극복했다는 사람을 찾아가야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차를 타고회사에 출퇴근하던 시절, 장근석의 싸이월드 글을패러디해 썼던 시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