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가 맛있을 나이
오늘은 하늘초등학교 졸업식 날이에요. 내가 벌써 중학생이 되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엄마가 머리를 감아야 한다고 일찍부터 깨워서 피곤해요. 게다가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자꾸 웃으라고 하잖아요. 귀찮아 죽겠어요. 친구들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프지만 운동장에서 같이 축구하기로 했으니 괜찮아요.
졸업식이 끝나고 나오니 교문 앞에 할머니가 서 계셨어요. 할머니도 꽃다발을 안고 있었어요. 꽃다발 사이에 조그만 곰인형이 끼워져 있었어요. 조금 창피했어요. 엄마가 자꾸 교문 앞에서 사진을 찍으래요. 결국 양손에 꽃다발을 안고 사진을 또 찍었어요. 맙소사. 이제 곧 중학생인데 사나이 체면이 구겨졌어요.
“재헌이, 졸업 축하해. 뭐 먹고 싶냐? 할머니가 맛난 거 사줄게.” 할머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어요. 나는 집 앞에 새로 생긴 한우구이 집이 떠올랐어요.
“소고기요.”
“아이참, 거기 비싸다니까.”
엄마의 핀잔에 민망해졌어요. 솔직하게 대답했을 뿐인데. 소고기가 비싼 것은 알지만 먹고 싶었는걸요. 결국 고기 뷔페로 결정이 났어요. 소고기는 없지만 돼지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괜찮아요.
“재헌이 많이 먹어라.”
다행히 할머니 기분은 괜찮아 보였어요. 동생이랑 접시에 고기를 가득 담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삼겹살, 목살, 등갈비까지 있었어요. 게다가 떡볶이와 김말이도 있었고요. 고기 뷔페에 오길 잘했어요. 소고기 먹으러 갔으면 떡볶이와 김말이가 없었을 테니까요. 동생은 고기가 빨리 안 익는다며 짜증을 냈어요. 할머니가 집게를 들고 계속 잘익은 고기를 우리 앞에 놔주셨어요. 그때 한 가족이 우르르 들어왔어요. “어? 김재헌이다!”
나랑 같은 축구부 태영이네 가족이었어요. 태영이는 축구부 중에서 나랑 가장 친한 친구예요. 수비를 진짜 잘하거든요.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았어요. 역시 고기 뷔페에 오길 잘했어요. 소고기를 먹으러 갔으면 태영이를 못 만났을 테니까요. 태영이랑 같이 콜라 리필도 해서 마셨어요. 졸업식 날, 하마터면 배가 터질 뻔했어요.
다음 날, 통화 중이던 엄마가 전화를 끊더니 나에게 물었어요.
“할머니께서 이번 주말에 맛있는 거 해주신다는데 동생이랑 다녀올래?”
“우와, 맛있는 거! 나 갈래.”
엄마가 나에게 물었는데 동생이 더 신났어요. 불광동 할머니는 음식을 잘해요. 그중에서도 김치가 제일 맛있어요. 김장할 때 김치에 싸 먹었던 보쌈은 영원히 잊지 못할 맛이에요.
아빠가 할머니 집 앞에 우리를 내려주고 일하러 가셨어요. 할머니 집 문을 열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풍겼어요. 어서 들어오라며 꼭 안아주셨어요. 이제 곧 중학생이라 그런지 포옹은 조금 쑥스러워요.
밥상 위에는 소갈비찜, 꽃게탕, 꼬막무침, 미역국이 차려져 있었어요. 전부 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할머니는 졸업식 날 소고기를 못 사주신 게 마음에 걸렸나 봐요. 나는 진짜 괜찮았는데.
갈비찜에 밥 한 공기를 금방 비웠어요.
“밥 더 주랴?”
“네.”
졸업식 날보다 더 배가 불렀지만 한 공기 더 먹었어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갈비찜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