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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Oct 21. 2019

여행 갈 때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유럽여행 부작용 후기


얼마 전, 남편과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다가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는 일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우리는 잦은 이동으로 체력이 급 고갈됐지만,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꿈같은 2주 간의 여행을 끝낸 후 한국으로 돌아왔고, 나는 엉망이 됐다.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다. 프리랜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루틴이 중요하다. 이를 잘 알기에 66챌린지 등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늦잠을 자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환경설정을 했고, 주 3일 이상 운동을 했으며, 요일·시간대별로 스케줄을 촘촘하게 짰다. 남편과 함께 4월부터 시작한 ‘필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엄마의 환갑 기념 여행을 갔을 때에도 놓지 않고 매일 실천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어찌 된 영문인지 유럽여행에서 모든 걸 놓아버렸다. 반년 넘게 꿋꿋하게 지켜온 루틴을 이번 기회(?)에 깨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고, 서로 마음이 맞았다. 여행지에서도 하루를 필사로 마무리하기로 했던 약속은 당연한 듯 깨졌고, 대신 맥주나 와인을 마시고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엔 숙취로 늦잠을 잤고 무거운 몸으로 다리가 아프게 돌아다니다가 밤이 되면 또 술을 마셨다. 그렇게 2주 동안 욕망대로 살았다.

     

부작용은 심각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모든 의욕이 사라졌다. 다시 늦잠을 잤고, 운동을 빠졌고, 밥해먹기도 귀찮아 며칠 동안 라면만 끓여댔다. 아름다운 남프랑스에서 리프레쉬를 하고 와도 모자랄 판에 나는 어쩌다 방전이 돼버린 걸까.


다행스럽게도 독서모임은 강제성을 띄고 있어 억지로 책을 읽었다. 덕분에 나는 다시 마음을 고쳐 잡고 의욕을 되찾았다.  바로,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란 책을 읽고 말이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을 읽은 약발이 떨어질 때쯤, 이 책을 다시 만난 건 행운이다. <습관의 힘>이 습관의 원리를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습관 이론 편’이라면 이 책은 습관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습관 실전 편’이다.



책에서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4가지 방법과, 반대로 나쁜 습관을 무찌르는 4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나쁜 습관 없애는 방법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과 반대로 하면 되므로 한쪽만 기억해도 괜찮다. 저자가 말하는 습관을 만드법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첫 번째 법칙, 분명하게 하라!

  : 나의 좋은 습관과 나쁜 습관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직접 써보기, 시간과 장소 등 구체적으로 환경설정을 하기

   예) 나는 내일 아침부터 명상을 할 것이다

        -> 오전 7시에 주방에서 1분 동안 명상할 것이다.     


두 번째 법칙, 매력적으로!

  : 원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묶는다

    예) TV보기 + 운동 = 자전거 페달을 돌려야 영상이 켜지는 TV를 개발한 한 전자공학도


세 번째 법칙, 쉽게!

  : 아침마다 사과를 먹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자기 전에 사과를 식탁에 꺼내놓는다.

    (반대도 적용 가능, TV 시청 시간을 줄이고 싶으면 리모컨 건전지를 빼놓아라.)     


네 번째 법칙, 만족스럽게!

  : 비누를 줘도 손을 씻지 않아 질병에 걸리는 아프리카 아이들, 향기 나는 비누를 주자 손 씻기 습관이 생김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어떤 습관을 만들거나 없앨 때 필요한 팁을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해보기 좋다. 우리가 무너지는 이유를 철저하게 분석해 흔들리지 않는 방법,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리의 지금 모습은 습관이 쌓인 결과다.

우리의 몸매는 식습관이 쌓인 결과고, 우리가 돈이 없는 이유는 과소비나 충동적인 습관의 결과고, 우리의 빈약한 지식은 나쁜 공부 습관이 쌓인 결과다(누가 손수건 좀). 가랑비에 옷 젖듯,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누구나 나쁜 습관은 끊고 싶고,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저자는 그 이유를 ‘변화가 느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낙담의 골짜기'를 의연하게 지나는 자만이 좋은 습관이 선물하는 달콤한 보상을 얻는다.     


나는 000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포기하지 않고 꾸준함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되고 싶은 자아의 ‘정체성’을 세우라고 말한다. 가령, “나는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세우면 해외여행을 가서도 나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동안 내 정체성을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직업적인 면에서 '나는 쓰는 사람이다' 정도의 의식을 갖고 있었을까. 저자는 정체성은 여러 방면으로 세울 수 있으며, 자신이 바라는 최고의 모습으로 끊임없이 수정하고 확장하라고 권한다. 정체성을 세우면 습관을 유지하고 싶다. 습관이 반복되면 정체성은 더 강화된다. 선순환을 일으킨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결정한다 -> 작은 성공들로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정체성이 확고해진다 -> 작은 성공이 쌓인다 -> 큰 성공이 터지기도 한다 -> 원하던 모습에 가까워진다


이처럼 습관을 만드는 건 단순히 어떠한 일을 반복하는 의미가 아니다. 자기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여행을 떠날 때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은 선글라스도, 화장품도, 비타민제도 아니다(물론 챙기는 편이 더 좋다). 그동안 꾸준하게 잘 지켜왔던 ‘유익한 습관’을 꼭! 챙겨서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정체성을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여행 후 우리는 반드시 일상으로 돌아오며, 또다시 살아야 한다. 여행 때문에 일상이 흔들리고 바로잡는 데 꽤 오랜 시간을 들이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그 좋아하는 여행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Q. 자신이 원하는 습관을 지켜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까지 해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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