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은 잔칫날처럼......

by 파이어

강원도 여행을 가면 높은 산이 참 좋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없이 높고 넓게 두 팔 벌려 안아주는 듯 위안이 된다. 조용하고 늠름하게 나를 기다려주고 내려다보며 바람과 함께 이야기하고, 지긋이 바라보며 따스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가끔은 비와 함께 내 슬픔을 함께 느끼며 흐느껴 울어주기도 한다. 강원도의 산은 그렇게 내겐 특별하다.

달리는 차에서 산들을 바라보면 이름 모를 묘지들을 볼 수 있다. 초라하고 슬퍼 보이는 무덤. 숲에 덩그러니 홀로 있는 그것은 주변에 나무와 풀들뿐이다. 거기까지 무엇이 와닿을지 알 수 없다. 길도 보이지 않고 집이나 마을과도 거리가 있는 듯하다.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며 가다 보면 또 다른 무덤을 만난다. 그 무덤은 옆에 다른 묘들이 줄지어 있고 묘석이 반짝반짝 빛나는 대리석에 볕이 잘 들어 무덤의 풀들이 반짝거렸다. 잔디도 짧게 잘 깎여있어 무덤이 만질만질해 보였다. 그리고 그 터가 매우 넓어 자손들 십여 명은 너끈히 절을 하고도 남음직했다. 죽은 이후에도 빈곤의 차는 여기서도 이어진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죽으면 그만이라 하지만 죽은 몸을 뉠 자리도 빈부 격차가 있다.

죽음의 자리는 묏자리든, 납골당이든 모두 다 자본의 힘이 미친다. 이 모순된 세상에서 사후 세계도 돈을 주고 살판이다. 죽어서는 돈 한 푼 가져가지 못하는 것은 다 똑같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모습들이 숨겨져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묏자리도 납골당 아파트의 한 층도 욕심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준비를 하고 그 순간을 잘 넘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유시민 작가는 자신의 장례식을 잔치를 하고 싶다고 한다. 흥겨운 노래와 맛난 음식을 먹고 자신이 가는 길을 즐겁게 갈 수 있도록 빌어 달라는 것이다. 울고 싸우고 고인을 기리며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맛난 음식 먹고 함께 즐기다 가라는 것이다. 이 또한 좋을 것 같다.


장자가 곧 죽으려 할 때, 제자들은 장례를 후하게 치르려고 했다.

장자가 말했다.

"나는 하늘과 땅을 관광으로, 해와 달을 한 쌍의 옥으로, 별들을 다양한 구슬로, 그리고 만물을 부장품으로 생각하고 있네. 내 장례용품에 어찌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무엇을 여기에 더 보태려 하는가!"

제자들이 말했다.

"저희는 까마귀나 솔개가 선생님을 쪼아 먹을까 두렵기만 합니다."

장자가 말했다.

"땅 위에서는 까마귀와 줄게의 먹이가 되고, 땅 밑에서는 땅강아지와 개미의 먹이가 되는 것이에. 그런데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를 빼앗아 땅강아지나 개미에게 주려고 하니, 어찌 이렇게도 편파적인가!"

(p.337)(<강신주의 장자 이야기>중에서)

화장과 매장에는 죽어서라도 다른 동물에 대한 우월성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 즉 다른 동물을 먹는 자이지 다른 동물에게 먹히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간의 우월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반면에 조장은 다릅니다.

여기에서는 인간도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의식이 전제되어 있으니까요.

.(p.341) (<강신주의 장자 이야기>중에서)



조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죽어서까지 지구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겸손하게 받아들여 가고 싶다.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내 뜻에 따라 입은 옷 그대로 화장시키기를 바란다. 한 줌의 가루는 추억이 가득한 강원도 강에 뿌려 그 강물을 타고 여행을 하며 남겨진 이들을 기억하겠노라고 말하겠다. 남은 이들도 그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삶을 살아내고 죽음의 시간을 보낼 것이니 축복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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