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는 것들에 대한 반성

by 파이어

맑은 물이 산 위에서부터 흘러내려 이곳까지 다다른다. 물은 내려오며 계곡 바위에 부딪히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계속 흘러 흘러 아래로 내려간다. 물방울이 부서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물웅덩이를 이루며 고요해진다. 물웅덩이에는 구름도 하늘도 담겨있다. 고요하게 잠든 모습에 햇살이 비추니 작은 무지개가 피었다. 급하게 핸드폰에 그것을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을 보니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무엇일까? 조용했다.

무지개는 왜 생겼으며 물은 어디서부터 흘러왔을까. 물 흐르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물웅덩이의 파동 소리도 숨 죽어 있었다. 왠지 서글퍼 핸드폰 사진에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 예전에 큰아이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사진을 열심히 찍는 모습을 보며 큰아이는 “사진만 찍으려 하니 주변을 보지 못하잖아?", ”……. “ 그랬다. 번번이 사진을 찍고 이동하느라 주변을 스쳐 지나갔다. 그 생각이 문득 스쳤다. 부끄러워졌다. 넓게 보지 못하는 내 짧은 소견을 들킨 듯했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살며시 아이 손을 지긋이 잡았다. 한참을 그곳에 서서 넋을 놓고 물웅덩이의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나처럼 많은 이들이 그 무지개가 핀 웅덩이를 사진으로 담고 있었다. 사진으로 담으니 주변을 보지 못한다는 아이의 얘기가 오래 여운으로 남았다. 풍경 사진이나 나무와 꽃을 사진에 담느라 주변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좁은 시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실수하는가.

이전 10화순간, 시간이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