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시간이 멈추었다.

미안해

by 파이어

동생이 마주 오는 트럭과 부딪혔다. 곡선으로 휜 도로는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를 알아채기 어려웠고, 뛰어가는 나를 따라잡기 위해 살피지 못하였던 것이 사고로 이어졌다. 동생에게 트럭이 닿는 순간, 동생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추었다. 휘둥그레진 동생의 눈과 길게 땋은 머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솟아올랐다. 크게 벌어진 동생의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소리가 잦아들었다. 다만 나의 심장 박동 소리만 요란하고 거칠게 북소리를 내며 울렸다. 그렇게 몇 초 모든 순간이 멈추었고 나 또한 부웅 떠있는 동생을 보며 동생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나의 달리는 속도도 천천히 느린 속도로 전해졌다. 달리던 트럭도 브레이크의 마찰음을 내며 멈추었다. 잠시 후, 트럭 운전사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동생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멈췄던 시간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트럭에서 조금 떨어진 중앙 차선에 동생은 나자빠져 있었고, 트럭 운전사는 동생을 살피고 있었다. 달려간 나는 동생을 안았다. 다행히도 동생의 몸에서는 피가 나지 않았다. 아저씨는 동생을 병원으로 데려가야 한다고 했고 내게 집에 가서 부모님을 모셔 오라고 했다. 함께 놀던 아이들도 얼떨떨해하며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동생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병원에 가 있어. 엄마랑 갈게. 아저씨 동생 잘 부탁드려요.” 나는 우리 가족이 자주 가는 병원을 알려주고 그쪽으로 아저씨가 동생을 데려갈 수 있도록 했다. 나는 정신없이 집으로 내달렸다. 꺼이꺼이 울며 정신없이 달렸다.

친구 몇 명이랑 뒷산으로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모험 생각에 들떠 서두르는데 두 살 터울 동생이 너무 여유 있게 뭉그적거렸다. 나는 몇 번 빨리하라고 얘기하다가 지친 나머지 올 테면 따라오라는 말만 남기고 무리를 몰아 뒷산으로 향했다. 산으로 가는 빠른 길은 묘지 아래쪽에 있는 도로를 건너야 했다. 그곳은 커브 길이었고 건널목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도로가 곡선으로 되어 있고 거길 지나 직선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건널목이 있지만 시간이 조금 더 걸려 무단횡단을 할 때가 많았다. 우리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자주 무단횡단을 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마음이 급해 그날도 그 길을 뛰어 건넜고 동생은 나를 쫓아오다 사고가 난 것이었다.

“미안해, 막내야, 꺼억꺼억.” 병원으로 가는 내내 울며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아프지 말라고 기도하며 꺼이꺼이 울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동생은 콘 아이스크림을 핥아먹고 있었다. 천연덕스럽게. 이마와 팔과 무릎에 반창고를 붙인 동생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타박상과 약간의 찰과상이 전부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천만다행이라며 무단횡단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놀랐던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부모님은 기사 아저씨와 얘기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는 내내 부모님께 꾸지람을 들었고 동생은 귀빈 대접을 받았다. 조금은 억울했지만 그래도 무사한 동생 때문에 참을 수 있었다. 사고 순간에 지옥을 경험한 나로서는 어쨌든 천국이었다. “다행이야, 정말.”

우리 집 막내. 늘 어리광에 철부지. 그날 이후로 막내가 아프면 내 마음이 더 아팠다. 그때의 사고를 우리는 지금도 가끔 이야기한다. "네가 그때 애들이랑 마구 뛰어가니까 나만 남겨질까 봐, 열심히 뛰었지.”, “그런데, 정말 트럭이랑 부딪혔을 때,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 “다행이지 뭐야.", "근데 트럭이랑 부딪히고는 떨어질 때 아픈 거 외에는 아프지 않은 거야. 속으로도 이상하다 싶었어.", "네가 살이 통통해서였나?” 후에 알게 된 바로는 트럭 운전사 아저씨가 속도를 천천히 하며 커브길을 달렸다고 했다. 그곳이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기에 익숙해서였다고 엄마가 말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이렇게 그날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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