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함의 태도

by 파이어

비바람에 가지가 몹시 흔들렸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혀 부러지고 나가떨어져 바닥에 수북했다. 비는 더 세차게 쏟아졌다. 겨울바람이라 바람이 더 매섭다. 그렇게 아우성치는 겨울밤이 온 세상을 흔들어놓았다.

산책길에 무수히 떨어진 가지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크고 늠름했던 나무들이 여윈 듯 홀쭉해져 있었다. 큰 바람을 견디고 우뚝 서 있는 의연한 모습의 나무. 그들은 어제의 일을 뒤로하고 고요히 서 있다. 평온한 모습이 지난 험난했던 시간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강한 비바람과 추위에 맞서고 자신의 한계와 부딪힌 나무. 우아한 평온함에서 휘몰아치는 환경에 유연하게 견뎌냈던 것이다. 춤을 추듯 부드럽게 리듬을 맞추다가도 험난한 인생의 항로를 통과하며 나아가는 것이었다. 시간의 여정 속에서 가지를 꺾이는 아픔을 겪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무는 것이다. 유달리 요란하게 추웠던 겨울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잦아든 어느 날 나뭇가지에서 수줍게 새눈이 비친다. 비바람에도 생명을 틔운 것이다. 나무는 강함이 아니라 유연하게 변경하고 수용하여 생명을 싹 틔우는 것이다.

별일 아닌 일에 토라지고 화를 내는 모습의 내가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나고 보면 대단치 않은 일에 연연해하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타인의 지적에 따라가려 하고 자신을 몰아붙인다. 자신의 욕구와 판단, 그리고 지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경하고 수용하는 것은 유연함의 또 다른 강함을 의미한다. 그것은 회복력과 생명력의 힘인 것이다. 성난 겨울 날씨에 바람과 추위를 견디는 나무들처럼 유연하게 사고하며 살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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