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성치는 순간

엄마가 되었다.

by 파이어

나는 엄마다. 거실을 공룡이 되어 뛰어다니는 사내아이 둘의 엄마. 저 아이들을 세상밖에 나오게 하기 위해 기나긴 시간을 지나 한 남자를 만나고 결혼을 한 것이다. 그리고 두 살 터울의 아이들을 낳았다. 첫 아이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막연함과 설렘 사이에서 태어났다. 잘 모르니 무섭거나 떨리는 것도 없었다. 임신을 알았을 때는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났었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틈을 내어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 임신 3주라는 이야기를 듣고 초음파 사진을 보며 가슴 어딘가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었다. 나는 하염없이 회사 화장실에서 울었었다.


첫 아이를 낳던 날. 아침 일찍 배가 아파 병원으로 갔다. 담당의사는 아기가 나오려 한다며 잠시 대기하고 있다가 분만실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배는 아리면서도 주기적으로 통증이 왔다. 몇 시간 후에 나는 분만실로 옮겨졌다. 분만실은 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모든 것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려 깊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 아기의 힘찬 움직임에 힘겨워할 때 조산사가 들어와 해야 할 일들을 알려줬다. 아기가 나올 문이 아직 많이 열리지 않아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가서 오래 앉아 있거나 애드벌룬 위에 앉아 공을 이리저리 굴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복도에 나가 걷기를 하라고 말했다. 그 운동들을 하고 나니 어느새 오후 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조산사가 다시 찾아 온시각은 4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살핀 그녀는 문이 많이 열렸다며 담당의를 불렀다. 그 이후부터 일은 빠르게 진행됐다.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 낳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남편은 밖으로 내쫓겼고 분만실 안의 조용한 조명은 어느새 물러나고 모든 사물과 인물들의 표정이 나를 꿰뚫어 볼 듯 강렬하게 내비쳤다. 그리고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의사와 조산사는 소리치며 힘껏 밀어내라고 했다. 나중에는 힘이 부족하니 조산사 두 명이 침대로 올라와 내 등뒤로 자리를 잡고 내 배를 있는 힘을 다해 눌렀다. 그들은 누르고 아래쪽으로 밀어내기를 반복했다. 나는 짐승이 된 듯 그 상황이 무섭고 진저리 쳐졌다. 그렇게 오래도록 힘을 주고 밀어내기를 반복했고 한참 후에 아기가 세상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의사는 울부짖는 아기를 포대기로 감싸 내게 안겨 주었다. 나는 아기에게 젖을 물렸고…….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다. 훗날 들은 바로는 젖을 물린 후에 내 얼굴이 옆으로 돌아가며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아기는 신생아실로 옮겨지고 나는 응급상황으로 병원이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저혈압으로 쇼크가 왔다고 했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느덧 아이는 자라 울음으로 엄마를 찾았고 웃음으로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했다. 내가 손을 내밀어 아기의 손을 쓰다듬으면 아기는 어느새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아기와 자고 일어나면 아기는 칭얼칭얼 댔다. 나의 뺨을 아기의 뺨에 대면 아기는 조용히 새근거리며 잠에 빠져들었다. 옆에 누워 뺨을 서로 맞대고 누워있으면 아기의 숨소리와 배냇짓이 고스란히 내 뺨으로 전해졌다. 시간이 흘러 둘째가 뱃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우리 부부는 둘째를 낳기로 했다. 큰 아이에게 형제를 선물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열 달이 지나 이 아이도 울음과 웃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둘째를 낳으러 간 날 나는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에 몹시 울었다. 불안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아기를 낳을 생각에 너무 무섭다고 했다. 첫 아이는 잘 모르고 낳았지만 둘째는 모든 경험을 한 이후이기에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조산사들이 내게 달려들어 아기를 밀어낼 것이 너무 공포스러웠다. 의사는 무통주사를 권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낳겠노라고 말했으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큰 아이가 내게 와 “엄마 괜찮아, 힘내.”라고 하는데 아이가 동생이 태어날 것을 아는지 훌쩍 커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기특하기도 했지만 짠하기도 했다.


둘째를 낳으러 분만실로 이동했다. 그때와 같은 그 방의 사려 깊은 빛은 공포와 불안을 안겨주는 음울한 빛으로 변해 있었다. 잔잔한 음악은 장성곡의 선율처럼 괴이하게 들렸다. 내게 시련과 고통만이 남은 듯 모든 것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아기의 발길질은 활발해져 배를 박차고 나올 듯 격렬해졌다. 예전처럼 조산사 여러 명과 의사가 들어오는 모습은 저승사자처럼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쉴 새 없는 통증으로 나의 비명은 더욱 격정적이었다. 그 방의 공기가 뜨겁게 달아올랐고 여러 소리들이 아우성치며 뒤엉켰다.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이를 악물었고 온 힘을 집중하여 뱃속의 아기를 위해 힘껏 밀어냈다. 고통과 불안과 공포는 더 이상 나를 지켜보지 않았다. 아이와 힘을 합쳐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모든 기를 동원해야 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지금 나는 사내아이 둘의 엄마가 되었다. 두 아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되어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우고 뒷 발에 무게를 주며 집안을 성큼성큼 뛰어다니고 있다. “크아아앙! 크아아앙! “ 얼굴은 육식공룡이 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무섭게 인상을 쓰며 나를 위협하고 있다. 사랑스럽고 귀한 아이들이 세상에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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