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가족여행을 간다. 스무날 가까이 네 식구가 붙어 있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큰 문제없이 잘 다녀올 수 있겠지?
다음생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난다는 전제하에, 여행 가이드를 하면 딱 좋을 남편이 일 년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해 온 여행이다. 불경기에 수입이 오른 것도 아니었지만, 여행을 준비할 이유는 많았다. 내가 환갑을 맞는 해인 데다가 결혼한 지 25년 되고, 작년에 무사 전역한 아들도 격려하고, 입시 준비하는 딸도 응원하자고 했다. 일 년 동안 경축할 일들을 한 번의 여행으로 퉁치자고. 이렇게 긴 시간을 네 식구가 함께 여행할 날이 또 올 것 같지 않다. 내 생에 마지막일 듯한 네 식구의 긴 해외여행, 설렘과 두려움이 꼭 반반이다.
군대까지 다녀온 스물네 살 아들은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허세가 쩔 때가 있다. 걔가 아는 척을 하기 시작하면 어미인 나도 개피곤하다. 걔의 장점을 모르는 바 아니고, 어딜 데리고 가도 내심 든든하기는 하지만, 한번 꼴부리기 시작하면 내 속도 뒤집어진다. 아들! 맘 상하지 말자.
고3 올라가는 딸내미는 목하 연애 중이다. 여행이고 나발이고, 남친과 헤어져 있을 생각에 벌써 눈물바람이다. 학교에 등교하면 만날 거면서도 등굣길에 보고 싶다고 난리다. 에미 앞에서. 딸! 삐치지 말자.
남편은 어딜 가든 늘 '이미 다녀온 사람'이다. 국내든 해외든 그가 준비한 여행을 따라가면, 그는 굉장히 많은 관련지식을 쏟아낸다. 그의 성향을 몰랐을 때 나는 그가 한번, 혹은 여러 번 같은 곳을 다녀온 줄 알았다. 그런 만큼 가족들의 만족도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다. 어딜 가든 그는 준비된 가이드이다. 남편! 얼굴 굳히지 맙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불안감이 쩐다. 여행 가방에 비상약이 한 보따리다. 전기차로 바꾸고 난 뒤에는 배터리가 다 되어 멈춰 서지 않을까 조수석에서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비행기가 추락할까 걱정, 케이블카를 타면 끊어질까 걱정, 등산을 가면 폭설을 만날까 걱정, 집에 두고 온 고양이들이 혈투를 벌이지 않을까 걱정.
가끔은 이런 걱정이 신체에도 영향을 준다. 급체를 하기도 하고, 팽하고 어지럽거나 손발이 차가워지고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내가 여행만 가면 아픈 여자라고 생각하게 됐다. 나? 쫄지 말자.
멀리 가족여행을 간다고 하니, 다들 부럽단다. 기분이 언짢고 다툰다고 해서 중간에 돌아올 수도 없는 여행길, D-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