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수업이 이루어질까, 초등학교 4학년 여덟 명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들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잠시 혼란스럽다. 내가 아무 말하지 않으니, 누군가 묻는다.
"누가 말했는데요?"
"나도 정확히는 몰라. 책에서 봤어."
"에에이~~~, 종이배도 모르네~~" 하하호호, 깔깔깔, 키득키득.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저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 사람이 예의가 있는지 없는지 금방 알잖아. 잘 들어보면 저게 거짓말인지 참말인지도 알 것 같고. 글도 마찬가지야. 말이 글이고, 글이 말이야. 글쓰기 힘들면 먼저 하고 싶은 내용을 말로 해봐. 그래서 글은 사람인 거야. 너희가 쓰는 글이 너희들이라고.
나는 어릴 적에 너희들과 함께 지내면서, 너희들이 참 예쁘고 귀엽더라. 그래서 앞으로도 쭉 바르고 참된 어린이가 되고, 그 어린이가 바르고 참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너희들과 글쓰기 하면서 만나고 싶었던 이유야. 바르고 참된 마음을 갖고, 그 마음을 글로 쓰고, 그러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바르고 참된 어른이 되어 있을 거거든."
이렇게 말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새 잠잠해지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마을신문을 만들 거잖아. 너희들 마을 기자가 되려면 먼저 글쓰기 연습을 조금 더 해야겠어. 그런데 아무거나 쓸 수는 없겠지?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걸 주제로 잡아서 쓰는 훈련을 하자. 너희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뭐지? 노는 거, 그거 할 거야. 바깥에 나가서 놀 거니까, 뭐하고 놀지는 너희가 결정해."
그리고 나는 빠졌다.
"피구." "아니, 난 술래잡기." "철봉 하고 싶은데."
"야, 그럼 손 들어봐. 피구하고 싶은 사람?"
"좋아, 그럼 피구하고 나서 딴 것 하면 되지."
"그러면 되겠네."
마음이 금방 모인다.
"공은 어디서 구하지?"
"빌려오면 돼."
"팀은 여기서 짜고 나갈까?"
"뭘로?"
"엎어라 뒤집어라 하면 되지."
내가 개입할 필요도 없이 자기들끼리 놀이 종목을 정하고, 방법도 정했다. 어른들은 의견이 조금만 달라도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데, 아이들은 다른 의견을 잘도 조율한다.
한 시간 남짓 피구를 했다. 2학년, 또는 3학년까지 방과후를 함께 다니면서 지냈던 아이들이라 서로 다투지도 않는다. 세 판을 내리 지기도 했으나 졌다고 화를 내지도 않는다. 실력차이가 난다고 생각했는지, 세 판을 끝내고 나서는 남녀로 다시 나눠서 두 판을 더 하기로 한다. 한 판이 남자 아이들의 승리로 끝난다. 한 판이 남았다. 들어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시간을 알려주자, 남은 한 판은 포기하고, 아까 하기로 했던 술래잡기와 철봉을 하기로 한다.
클래식 음반을 턴테이블에 걸어놓고, 이 음악이 끝날 때까지는 조용히 글을 쓰기로 한다. LP판의 지직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밖에서 아이들이 떼쓰며 우는 소리를 듣고도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지만, 어느새 조용히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오동통한 손으로 연필을 잡고 조금 아까 놀았던 시간을 반추하여 종이에 옮겨놓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 맞춤법은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쭉 써내려 가라고 하니, 한 장을 금세 채운다. 아이들이 써놓은 글에서도 즐거움이 묻어난다.
학교가 끝난 후 일과를 물어보니, 아이들은 집에 갈 때까지 평균 두세 개의 학원을 돈다.
"월요일은 영어 갔다가 피아노 갔다가 태권도요. 수요일이 제일 많아요, 영어 갔다가 수영 갔다가 피아노 갔다가 태권도요. 영어는 학원도 있고 과외는 따로 있어요. 아참, 밤에 화상 영어 하는 날도 있는데 그것도 말해요?"
"저는 월수금은 영어하고 첼로요. 화요일은 논술만 해요. 그날은 일찍 집에 가요. 목요일은 논술 갔다가 여기 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