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 쓰는 재미를 찾아서
이번 제 글은 브런치 말고 다른 블로그에 올려야겠어요.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는 동생이 꺼낸 말에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요. 아니. 너무 공감돼서. 블로그에는 올릴 수 있지만 브런치에는 못 올리는 글이라니. 어차피 온라인에 게시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우리는 분명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단지 정리해서 설명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 쓴 글인데, 도대체 무엇이 브런치 발행을 꺼리게 만들까. 분명 다른 블로그에는 올릴 수 있는 글을 왜 브런치에는 못 올리겠다는 것일까.
브런치에 글을 못 올린 지 3주쯤 지났다. 요즘은 친절하게 브런치 앱에서 글 좀 쓰라고 알림도 주던데. 뭘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는지.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죄송하지만 한숨 한 번 크게 쉬고 알림을 손가락으로 쓱 밀어버리면 이번 주 업로드도 잊힌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길.) 물론 글은 항상 꾸준히 쓰고 있다.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안 쓸 수가 없지 않은가. 다만 내가 쓴 글이 브런치에 잘 고이지 않을 뿐이다.
매주 몇 편씩 써낸 글은 일단 내 원노트로 모인다. 언젠가 제 자리를 찾길 바라면서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다. 나중에 꼭 살을 붙여 완성하고 싶은 글도 있고, 필요할 때 꺼내서 한 문단, 한 문장 활용하고 싶은 글도 있고, 영원히 봉인해둬야 할 글도 넘친다. 그중 글쓰기 모임에서 쓴 글은 카페 게시판에 올라간다. 모임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에서 서로의 글을 다시 한번 읽고 여운을 나누자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그 많은 글 가운데 브런치로 흘러가는 글은 굉장히 적다. 정확히는 애초에 브런치 업로드를 생각하고 글을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유는 단순하다. 부담스러우니까.
글쓰기 모임을 찾은 모든 사람이 글쓰기에 부담을 느끼지 않기를 오래전부터 바랐다. 자유롭게 쓰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서로 온기를 나누길 바랐다. 그 시간을 축적하고 언젠가는 자기만을 위한 글쓰기에서 독자를 위한 글쓰기로 나아가길 바랐다. 무엇보다 내가 그리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가까운 회원에겐 블로그든 브런치든 공적 공간에서 글 써보길 자주 권했다. 함께 글 쓰는 모든 사람을 독려하며 몇 년째 꾸준히 써왔는데, 그런 내가 브런치에 업로드할 생각으로는 글쓰기가 부담스럽다니. 아. 브런치. 당신은 도대체.
브런치에서 보내온 알림을 다시 확인했다. 꾸준함. 재능. 책. 꾸준히 쓰면 출판을 할 수도 있으니 글 좀 올리라는 말이다. 글쎄. 오히려 저 책이란 단어가 만드는 풍경이 글쓰기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브런치에는 한 번의 거름망을 통과한 사람이 작가로 불리며 글을 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놀다 보면 우리나라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고 감탄할 때가 자주 있다. 게다가 이미 저자인 분도 많으니, 덩달아 잘 써서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쉽다. 내 글이 너무 초라해 보여. 조금 편하게 쓰는 글은 다른 블로그에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패배자 같은 생각이 가져오는 부담감. 여기에 출판사 연락을 받은 다른 작가님의 근황을 보거나 공모전 소식을 접할 때면, 왠지 더 각 잡고 써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분명 내게 글쓰기는 재밌고 행복한 작업인데, 브런치에만 오면 재미를 잃고 부담만 얻고 있다.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브런치는 참 고마운 곳이다. 브런치만큼 긴 호흡의 글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은 데다가 그런 글을 잘 읽어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더 찾기 어려우니까. 게다가 실력 있는 사람에게 출판의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부단히 판을 깔아주고 있으니, 작가와 출판사에겐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다. 물론 출판 기회가 전부라고, 콘텐츠 생산에 보상이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종종 있지만 광고나 협찬을 원하면 다른 블로그를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닐까. 브런치 같은 플랫폼도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본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고는 싶은데, 부담은 되고 재미는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답은 다시 사람이다. 내가 지난 몇 년간 글쓰기를 꾸준히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많은 글벗 덕분이었다. 함께 하는 시간이 주는 충만감이 글쓰기 모임을 꾸려온 원동력이었다. 그러니 브런치에서도 더 많은 글벗을 만나 함께 해나가는 재미로 부담을 극복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