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복직원을 제출하다

다시 워킹맘으로 돌아간다는 건

by 글빛승연

아이가 너무 좋아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건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가 좋아졌고,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 졌다. 나도 아이도 서로 최대한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살려고 애썼다. 아등바등하면서도 그동안 잘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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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일도 그랬다. 어쩌다 엄마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어쩌다 취업을 하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취업은 아니었지만 한눈팔지 않고, 옆길로 새지 않고 그동안 직진만 했다. 마음이 안 내키면 절대 안 하지만, 해야 되는 일이라면 또 열심히 하는 게 내 장점이자 단점 아니던가.


처음에 회사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난 기대주였다. 오랜만의 신입이라 그런가 선배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높은 기대치를 표현했고 그 기대에 부응해 파스투혼을 마다하지 않으며 열심히 일했다. 점점 더 중요한 보직을 맡겨왔고 생각보다 빠르게 승진도 했다.


직장에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건 아이를 낳고나서부터였다. 여자가 많은 직장이었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남편과 내가 아이를 양육하며 회사를 다니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남편은 업무 강도가 너무 세서 매번 희생해야 하는 건 나였다.

점점 큰 프로젝트에서는 빠지고, 일이 적은 부서로, 눈에 띄지 않는 포지션으로 그렇게 나는 내려가고 있었다. 내 인사고과는 난생처음 하위평가가 찍혔고, 후배가 먼저 팀장이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지만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그때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나는 전력 질주하며 출퇴근했고, 우리 첫째는 어린이집에 가장 먼저 등원하고 가장 늦게 하원 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6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나 싶을 만큼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그런데 이제 또 우리 둘째가 겪어야 할 일, 내가 다시 가야 할 길이다.


다시 할 수 있을까?


집을 직장 근처로 이사한 것 말고 상황은 1년 전보다 더 악화되었다.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 거기다 첫째는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 1학년은 엄마의 손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데... 둘째는 몸이 약해서 병원에도 정기적으로 가야 한다. 거기다 코로나, 그놈의 코로나는 아직도 ing 중이다.


남들은 오히려 지금 다시 휴직을 하는 마당에 나는 복직을 하겠다고 회사에 내 발로 찾아갔다.

"오셨어요? 메일로 보내도 되는데..."

1년 만에 찾아간 회사는 인사 담당자를 비롯해서 많은 것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럼 진작 알려주던가?!'

속으로는 짜증도 났지만 내 손으로 확실하게 복직원을 제출하니 뭔가 마음이 후련해지는 느낌이었다. 겨우 5분이면 끝나는 건데, 그깟 종이 한 장 내는 건데 그게 뭐라고 몇 날 며칠을 고심했나 모르겠다.


다시 워킹맘으로 돌아간다는 건

아이들이 깰까 봐 조심조심하면서 아침까지 내 시간 가지기,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쓰레기를 버리거나 분리수거 하기,

여유롭게 아침식사에 후식까지 먹으면서 식탁에서 아이들과 떠들기,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찍 아이들 재우기,

심심해하는 아이와 오늘은 뭐할까 고민하기,

유치원 차에 타는 아이가 사라질 때까지 세상 아쉽게 손 흔들기.

이 모든 걸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머리를 못 말린 채 뛰어야 할지도,

아이들 반찬 만들다가 꾸벅꾸벅 졸지도,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아침마다 아이들을 재촉해야 할지도,

오늘은 피곤하니까 그만 자자고 집에 불을 다 꺼버릴지도,

매번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면서 아이를 기관에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다시 일하기로 결심한 건

일할 때 설레었던 기억이 아직은 남아있어서다.

혼자 있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더 행복하다는 걸 알기에

그 치열한 과정 속으로 다시 기꺼이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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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이제는 더 당당하게 말하리라. 나는 아이 둘 워킹맘이고 그럼에도 하고 싶다면 중요한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겠다고 할 것이다. 저지르고 나면 해결책도 있으리라고 믿는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던 나와는 작별하자고 다짐한다. 할 수 있는 것 말고 하고 싶은 걸 하자고 다짐한다. 하고자 한다면 온 우주가 나를 위해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엇보다도 엄마가 계속 정진하고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 나도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열심히 해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먼저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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