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많은 선택지 중에 로스쿨일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직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보통의 이직은 더 나은 연봉이나 복지를 찾아 같은 직종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리치료사에서 법조인으로. 전혀 공통점이 없는 두 직업 사이에서 나는 왜 변화를 꿈꾸게 되었을까?
누구나 법조인이 좋은 직업이라는 걸 알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와 변호사는 전문직의 대표적인 예시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다. 물리치료사에서 차라리 의사라면 연관성이라도 있지만, 너무도 뜬금없는 방향이라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해야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이 좋았다. 밤늦게 작은 전등을 켜고 부모님 몰래 책을 읽던 시간이 즐거웠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본 판타지와 무협소설에 푹 빠졌고, 이 시기에는 나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고등학교 입시로 책 읽을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그동안의 독서가 언어영역 시험에서 큰 힘이 되었다. 세 번의 수능 시험을 보면서도 언어영역에서만큼은 실망스러운 점수를 받아본 기억이 없다. 대학 시절에도 도서관에서 책을 무료로 빌려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 중 하나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독서는 점점 사치스러운 시간이 되어갔다.
처음 직업을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수년 전의 일이다. 누구나 꿈꾸듯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조건을 찾았지만 현실적인 벽과 육아 등의 장애물 앞에서 번번이 포기했다. 그러다 아이가 조금 커서 여유가 생길 무렵 내 몸이 고장 나기 시작했다. 원래 튼튼한 몸은 아니었지만 직업적으로 우려했던 부분들이 현실이 되면서 다시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가장 유력한 이직 후보는 석사 졸업 후 박사 과정을 거쳐 교수 임용이었다. 이것이 가장 순리를 따르는 방법이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계획이다. 그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의학전문대학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의학전문대학원이 단 한 곳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긴 시간과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0대 후반쯤 현직 변호사 친구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너 로스쿨 준비해 봐, 너랑 잘 어울려.” 그때는 대학원에서 이미 물리치료 전공을 조금 더 공부하는 중이었고, 미국 어학연수도 준비하던 시기인지라, 가볍게 넘겼지만 10년이 지난 오늘날 이렇게 나비효과로 다가오게 될 줄 당사자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관심이 생기고 로스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점점 흥미가 생겼다.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처럼 직장 다니며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용기를 주었다.
결국 시험 삼아 본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좋은 결과는 아니었지만, 해볼 만하다는 나름의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조금 더 준비해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수많은 직업이 있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걸 환자들을 치료하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다른 지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의 직업이 보람도 있고 의미도 있지만, 내게 완벽히 맞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무의미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다행히 아내는 내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글로 옮기면 주저리주저리 떠든 것 같지만, 이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고 수많은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서 있다.
나는 현실과 적성, 그리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안고 로스쿨에 도전한다. 만약 이뤄진다면 고민할 것들이 더 많겠지만, 그것도 이루어진 뒤의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지금의 나는 그냥 도전하는 도전자일 뿐이다.
흔들려도 괜찮은 사람의 기록. 글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