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모닝콜과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7시 55분,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이를 품에 안고 집을 나선다.
오늘 하루도 시작이다.
8시 15분, 출근해서 책상에 앉아 간단한 아침을 먹으며 집에서 내려온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8시 30분, 첫 환자 치료가 시작된다. 하루 평균 13~14명의 환자를 치료하며, 하루 30분씩 수개월을 만나다 보면 환자분의 인생까지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 환자를 만날 때면, 환자의 성함과 나이보다 병명을 먼저 확인한다.
환자를 만나 치료하는 일은 보람이 있다. 걷지 못하던 환자가 걷기 시작할 때, 퇴원하며 감사 인사를 건넬 때면 잠시나마 힘든 것을 잊을 수 있다. 하지만 일 년, 이 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조금씩 무뎌지고,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쳐간다. 환자의 아픔과 불편함, 우울감을 모두 받아줘야 하는 직업이기에, 애써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학창 시절부터 positive effect의 중요성을 배웠고, 그 가치를 직접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환자가 회복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내 몸과 마음은 점점 망가져간다. 환자의 어깨를 고쳐주며 내 팔꿈치와 손목이 망가지고, 환자가 안전하게 걷도록 도우면서 내 허리가 망가진다.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지만 정작 가장 쉽게 노출되는 건 물리치료사다. 학창 시절에 배운 몸을 지키는 방법에도 분명 한계는 있다.
5시, 모든 환자 치료 일정이 끝났다. 이제 퇴근 준비만 하면 된다. 5시 30분, 퇴근이다.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아이 생각에 서둘러 움직인다. 6시, 아이와 함께 집에 도착한다. 한 명이 저녁을 준비하면 다른 한 명은 아이와 놀아주거나 씻기며 육아 출근을 시작한다.
8시, 저녁 식사와 목욕 등 중요한 일들이 마무리되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두 번째 출근’이 시작된다. 아내가 동의는 했지만, 항상 마음이 편치 않다. 남은 시간 아이를 돌보는 일은 전적으로 아내의 몫이니까.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똑같이 피곤한데도 말이다. 어깨에 부담감을 하나 더 얹고 스터디 카페로 향한다.
스터디 카페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침처럼 음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낮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셨으면 다른 음료를, 조금 더 피곤하면 커피를 한 잔 더 마신다. 내 학창 시절은 0교시가 있던 시절이다. 학교가 끝난 후에도 밤늦게까지 야간 자율학습(사실상 타율 학습)을 했던 세대다. 덕분에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일이 몸에 익었다.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펼치고 공부를 시작한다.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하고, 종종 쉬운 문제를 놓치며 세월 앞에서 야속한 뇌신경을 탓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게 지금의 나인 것을. 마음을 다잡고 한 문제씩 다시 풀어나간다.
꾸역꾸역 버티는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쌓여가는 것도 있다. 돌아오는 문제 푸는 감각과 글을 파악하는 능력.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보다 확실히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머리도 자주 써야 기름칠이 되는 게 맞나 보다. 이렇게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하루하루가 내 삶의 목적지를 바꿔줄 거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책을 펼친다.
새벽 1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오늘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새벽 2시 씻고, 집 정리를 조금 하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낮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돌본다. 밤에는 내 미래를 돌본다.
나는 시험을 열흘 앞둔 LEET 수험생이자 물리치료사다.
흔들려도 괜찮은 사람의 기록. 글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