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공부법, 답은 없다. 몸으로 익힐 뿐“

by 글봉이

시작은 호기로웠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던 분야의 시험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30대 후반. 평생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자부했지만, 몸은 이전만큼 따라주지 않았고,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지 않았다.


지난해 LEET 시험 후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얻었지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제대로 공부하려니 인터넷 강의는 가격부터 부담스러웠다. 왜 로스쿨이 귀족학교라는 말을 듣는지 실감했다.


후기를 살펴보니 LEET는 특화된 사람이라면 공부량과 무관하게 잘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반드시 보장되지 않는 시험이란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길게 보고 공부 방향을 잡기로 했다.


처음 6개월 동안 손 놓았던 책을 다시 붙잡았다. 최근 몇 년간 읽었던 가벼운 책 대신 철학과 인문학 분야의 책을 골랐다. 처음 선택한 책은 예전에 읽다 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였다. 두꺼운 책이었고 내용도 쉬운 내용은 아니어서, 다시 읽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후 조지 오웰의 『1984』로 잠시 숨을 돌린 뒤, 리처드 탈러의 『행동경제학』을 읽었다. 두 번째 두꺼운 책을 끝내고 나서는 쉬는 시간을 두었다.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같은 소설을 즐겼다. 다시 책 읽는 감각을 되찾고 나서 LEET 필독서로 불리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왜 이 책이 필독서인지 알게 되었다. 책 속 개념들이 실제 시험 지문에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책만 붙잡고 있는 나를 보며 아내는 “공부는 안 해?”라고 종종 물었다. 하지만 책 읽는 것도 공부의 일부라고 믿었다.


몇 개월이 지나면서 문득 든 생각은 ‘시험만 잘 보면 되는 걸까?’였다. 내가 만약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필요한 게 뭘지 고민했다. 첫 번째로 떠오른 건 토익 점수였고, 다음은 정성 평가였다. 미국 어학연수 경험 덕분에 영어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덜했지만, 불안해서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기 계발비로 토익 기초 강의를 들었다.


정성 평가는 성적과 살아온 길을 평가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와서 무언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었다. 나는 석사 학위를 8년간 미루고 있었다. 급하게 논문을 준비하며 3개월을 보냈고, 예상외로 논문이 잘 진행되었다. 교수님들의 도움으로 논문을 마무리하고, 학위 발표까지 끝냈다.


본격적인 LEET 공부는 시험 두 달 전부터 시작했다. 자기 계발비로 LEET 문제집을 사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기초 문제집을 풀었지만, 인터넷 강의 없이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 후, 300문제씩 들어 있는 문제집을 구입해 약한 유형을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책을 읽은 효과였는지 문제 풀이 속도와 정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저녁엔 집중을 위해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동시에 석사 졸업 후 박사과정에도 등록했다. 일종의 보험이었다. 배수진을 치는 방식은 나와 맞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록 시험을 잘 보는 스타일이었다. 석사 학위를 끝내면서 심적 부담이 줄었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직도 새벽 1시면 집중력이 흐려지고 피곤함을 느낀다.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 기록은 거창한 목적보다는 빈틈 나는 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내 글이 누군가에게는 늦지 않았다는 용기를 주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에게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면 한다.


나는 아직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일주일 후 시험을 앞둔 수험생일 뿐이다.



흔들려도 괜찮은 사람의 기록. 글봉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