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갈림길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by 글봉이

이제는 조금 어른이 된 줄 알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여러 의미에서 맞는 말이라는 걸 요즘 새삼 깨닫고 있다.




10대 시절만 해도 어른이 되는 게 그렇게 기다려졌다. 성인이 되면 억압에서 벗어나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20대가 되자 다양한 부담감과 책임감에 시달렸다. 30대가 되니 친구들을 만나면 “고등학교 시절로 일주일만 돌아가서 야간자율학습이나 하고 싶다”라는 말이 농담처럼 오갔다. 이제 곧 40대를 앞두고 있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게 쉬워질 줄 알았지만, 보호받던 것들이 사라지니 책임져야 할 것이 더 늘어났다. 나이가 들수록 책임져야 하는 것들은 점점 많아졌다. 어른들이 “너희 때가 좋다”라고 말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삶의 분기점이라 부를 만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지금 또 다른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수험생이 되고 보니 과거 생각이 종종 떠오른다. 수험생 시절 느꼈던 불안, 초조, 조급함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그 시절의 나보다 더 살아왔음에도 아직 초연해지기엔 부족한 나이인가 보다. 그래도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고3 시절 꿈 많던 소년처럼 상상을 한다.


그때는 공부만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랐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지만, 지금은 이것만큼은 확실히 안다. 지금 하지 않으면 10년 뒤 또 후회할 거라는 사실이다. 내 인생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모든 건 내 선택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선택해서 이 길을 걷고 있다.


학업 스트레스가 전부였던 그 시절, 가족들에게 얼마나 예민하게 굴었는지 모른다. 수능 시험에 방해될까 봐 출근 시간을 늦추고 비행기도 안 뜨던 나라에서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다시 공부를 시작하니 학업 스트레스가 여전히 있지만 예전만큼 티가 나지 않는다. 이미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비하면 미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미한 스트레스라도 추가되면 일상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물컵에 물 한 방울이 더해져도 넘치듯이 말이다.


체력적으로도 예전 같지 않아 힘들다. 그래서 나는 일상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매주 두 번 하던 풋살을 최근에 한 번으로 줄였지만 꾸준히 나가 공을 찼다. 체력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공부를 핑계로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지, 가족을 희생하면서까지 꿈을 좇고 싶진 않았다.


나처럼 늦은 나이에 직장과 병행하며 공부하는 분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상의 소중함을 잃지 말라고 말이다. 나는 그저 여가시간을 공부로 대체했을 뿐이다. 없는 시간을 쥐어짜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희생하는 건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20대에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부만 하는 수험생이 아니라 가족과 책임이 있는 40대를 앞둔 사람이다.


지금 불안하고 초조한 10대와 20대 수험생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지금의 그 감정은 당연한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 것이라고. 한 번쯤 부모님을 돌아보고, 응원하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하라고 말이다.


인생은 늘 갈림길의 연속이고, 나도 여전히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모른다. 이번 시험이 잘 되든, 잘되지 않든 또 다른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옌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 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 GOD , 『길』 중에서


GOD의 ‘길’ 가사를 떠올리며 나처럼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그래도 잘하고 있다고, 멈추지 않고 열심히 걷고 있다고. 멈추지 말고 조금 더 걸어가 보자고.



흔들려도 괜찮은 사람의 기록. 글봉이.